국내 명목 소비량 2.1% 줄어

중국산 수입비중은 60% 육박

미국의 철강관세 부과로 인한 수출 타격이 현실화한 가운데 건설, 자동차 등 분야에 널리 쓰이는 철강재의 올해 국내 명목소비가 1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업계에서는 전방산업 수요 위축 등의 영향으로 철강산업의 내수와 수출 ‘양날개’가 모두 힘을 잃은 만큼 불공정 무역으로부터 국내 시장을 보호할 수 있는 공정경쟁 여건 조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포스코경영연구원의 ‘글로벌 통상환경 변화와 한국 철강산업 대응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국내 철강재 명목소비는 전년(4710만t) 대비 2.12% 감소한 4610만t으로 추정됐다. 철강재 명목소비는 생산량과 수입량에서 수출량을 제외한 것으로, 한 나라에서 철강재가 얼마나 소비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일반적으로 국내 철강재 수요의 마지노선은 5000만t으로 평가되는데,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인 2020년 4920만t까지 떨어졌던 철강재 명목소비는 2023년 5240만t으로 회복된 뒤 지난해부터 다시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 추정치는 금융위기 때인 2009년 4540만t 이후 최저 수준이다.

철강재 수요 부진 속 또 다른 문제는 최근 명목소비와 국내 조강 생산량이 동반 감소하는 반면 중국산을 중심으로 한 수입재 침투는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철강재 수입량은 2020년 1240만t에서 지난해 1470만t으로 18.6% 증가했고, 이 기간 중국산 비중은 48.4%에서 59.9%까지 치솟았다. 이는 수요 위축에 따른 타격이 국내 철강사에만 전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의 전방위적인 관세 부과 조치로 인해 세계 각국이 연쇄적으로 무역장벽을 높이며 철강 품목의 수출 다변화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미 한국의 철강재 수출은 2019년 3030만t에서 지난해 2840만t으로 6.3% 줄었다. 최근에는 관세 직격탄을 맞은 미국뿐 아니라 중국·일본·튀르키예 등 주력시장 내에서의 지위도 약화되고 있다.

이윤희 포스코경영연구원 철강연구센터 연구위원은 “철강산업이 흔들리면 제조업 공동화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국내시장 보호를 위한 법제도 개정이 요구된다”며 “수입모니터링제도 신설·철강재 수입 신고 시 품질검사증명서 의무화 등 원산지 관리 강화와 함께 우회덤핑 규정 강화·철강재 인증제도 강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장기적으로 산업협력 강화·저탄소 기술개발 가속화 등을 통해 새로운 경쟁상황에서 재도약 여건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근홍 기자
이근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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