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계열 편입’ 규제 탓

학계·관료 출신이 50% 차지해

전문성 갖춘 인사들 진입 막아

사외이사 제도가 도입된 지 30년이 가까워가는 가운데 전문성·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선 공정거래법 규제 개선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이나 일본 등 주요국과 달리 한국은 관련 규제로 인해 경영·산업 분야에서 뛰어난 전문성을 갖춘 기업인이 사외이사로 활동하기 위한 기반이 열악하다는 지적이다.

7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사외이사 활동 현황 및 제도 개선과제’에 따르면, 한국에만 있는 공정거래법상 ‘계열 편입’ 규제로 인해 국내 상장사의 경우 사외이사가 교수·전직 관료 등 특정 직군에 편중되고 있다. 참고로, 계열 편입 규제는 사외이사의 개인회사를 대기업집단 계열사로 자동 편입도록 하는 규정으로, 예외적으로 독립경영이 신청·승인된 경우에만 제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한상의는 이 같은 규제로 인해 기업 현장에서 경영·산업 전문가의 사외이사 선임이 거절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국내 상장기업 사외이사 직군은 학계(36%)와 공공 부문(14%)이 절반에 달했다. 경영인 출신은 15%에 불과했다. 반면 미국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500과 일본 닛케이 225 기업의 경우 경영인 출신 사외이사 비율이 각각 72%, 52%로 절반을 넘어섰다. 학계는 각각 8%, 12%에 그쳤다. 예컨대 미국 애플은 사외이사 7명 모두가 산업 분야의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전·현직 CEO로 구성된 반면, 국내 A 기업은 사외이사 6명이 각각 교수 3명과 전직 관료 2명, 금융·회계 종사자 1명으로 이뤄졌다.

상의 관계자는 “경영·산업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경우 이사회 안건에 대해 반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만큼 전문성 부족은 사외이사의 독립성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상의가 최근 상장기업 사외이사 160명을 대상으로 사외이사 관련 정책과제를 조사한 결과, 가장 많은 45%가 ‘사외이사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지원체계 등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 마련’을 꼽았다. 이어 ‘이사의 책임 강화 논의에 대한 신중한 접근’(28.8%), ‘사외이사의 전문성 확보 위한 공정거래법상 계열편입 규제 및 상법상 재직기간(6년) 규제 완화’(26.2%) 순이었다.

최준영 기자
최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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