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수도권 예타 폐지 목소리
대형숙원사업 경제성 부족 평가
인프라 격차 커져 인구소멸 가속
“제도 개선해야 지역 발전 가능”
창원=박영수·광주=김대우·대구=박천학·부산=이승륜 기자

비수도권 광역지방자치단체들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지역 대형 숙원사업 추진을 위해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폐지하거나 완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역에 꼭 필요한 사업이라도 비수도권은 인구 감소로 인해 경제성(비용 대 편익)이 낮아 예타 통과 자체가 어려우므로, 예타 제도가 지역소멸만 가속화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비수도권 지자체의 움직임은 지지부진하던 지역 사업을 오는 6월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예타 문턱을 낮추거나 면제받아 해결해보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7일 경남도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창원에서 열린 제19회 영호남 시도지사협력회의에서 김두겸 울산시장과 강기정 광주시장은 “비수도권 예비타당성조사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예타 제도는 1999년 예산 낭비 방지와 재정운용 효율성 제고를 위해 도입됐으며 기획재정부가 주관한다. 국가재정법 38조에 따라 총사업비 규모가 500억 원 이상이고 국가 재정지원이 300억 원 이상인 신규 사업을 추진하기 전에 진행된다.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의 대형 재정사업은 예타에서 경제성이 높게 나오는 경우가 많지만, 비수도권은 수십 년 전부터 추진해온 사업조차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발이 묶인 실정이다.
특히 2019년부터 지역균형발전 가점 등 정책성 점수를 경제성과 함께 반영해 평가하고 있는데, 비수도권은 예타 통과가 쉽지 않아 ‘그림의 떡’이라는 반응이다.
이 때문에 비수도권 지자체들은 예타 면제를 특별법에 담거나 새 정부 출범 초기 ‘지역 선물’로 예타를 면제받아 숙원사업 해결을 노리고 있다. 특별법에 예타 면제를 담아 추진 중인 사업은 광주∼대구를 잇는 달빛철도, 경남우주항공복합도시 등이 있다. 정부 출범 초기 지역 선물로 무더기 예타 면제를 받은 사업은 문재인 정부 때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 명목으로 추진된 남부내륙철도를 포함해 전국 도로·철도·공항 등 교통 분야 24개 사업(당시 총 19조8371억 원) 등이다.
결국, 비수도권 지자체들은 예타 통과가 어려운 사업을 정권 초반 새 정부의 신규 인프라 구축 발표 때 포함시키기 위해 대선 캠프를 압박하는 모습이다. 이번 영호남 시도지사협력회의에서 나온 울산시장과 광주시장의 발언, 지난달 24일 광주와 대구시가 국회 소통관에서 ‘영호남 상생과 남부 거대경제권 조성을 위한 달빛철도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확정 촉구’ 성명서를 발표한 것 등이 모두 같은 맥락이다.
비수도권은 예타 제도 전면 폐지가 어렵다면 파격적으로 평가 방식을 개선해 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현재 예타는 비수도권 건설사업의 경우 경제성 30∼45%, 정책성 25∼40%, 지역균형발전 30∼40%를 적용해 종합평가(AHP)하고 있다. 하지만 비수도권은 경제성 평가를 20% 이하로 대폭 낮추고, 균형발전·낙후도·지역 추진의지 등 정책성 평가를 50% 이상으로 높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경남도 관계자는 “예타 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소멸위기에 놓인 비수도권의 교통인프라 격차 해소와 균형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영수 기자, 김대우 기자, 박천학 기자, 이승륜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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