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초·중·고 6명중 1명꼴… 소아비만 ‘비상’

 

비만아이 성인비만 이어질 위험

정상체중 아이의 5배 이상 높아

 

5~19세 남자 비만율 43% 달해

한·중·일·대만 4개국중 최고치

 

운동 부족·당음료 섭취 많은탓

에너지음료 1개, 당 권고치 70%

비만은 당뇨병과 고혈압 등 만성질환의 위험요인이다. 이는 단지 체중이 많이 나가는 것만 뜻하진 않는다. 비만은 지방세포 수가 늘어나거나 크기가 커져 신체 조직에 지방이 과도하게 축적된 상태다. 이에 세계보건기구(WHO)는 비만을 질병으로 규정하고 있다.

소아청소년기 비만은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 지방간 등 성인병이 일찍 나타나는 주된 원인이다. 어릴 때 비만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성인 비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비만인 아이는 정상 체중 아이보다 성인 비만으로 이어질 위험이 5배 이상 높다. 소아 비만은 지방 세포 크기가 커지는 게 아니라 지방 세포 수 자체가 많아지기 때문에 살을 빼기도 더 어렵다. 고도 비만아의 절반 이상은 성인 비만이 돼 치료하기 힘든 만성 질환자가 되곤 한다.

국내 소아청소년 비만 인구가 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오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국민건강보험 건강보험연구원의 ‘아동·청소년 비만 예방 의료서비스 강화 방안 연구’에 따르면 2023년 소아청소년의 비만 유병률은 영유아 8.3%, 학생 16.7%로 나타났다. 영유아는 12명 중 1명, 초중고 학생은 6명 중 1명꼴로 비만인 셈이다. 비만 학생의 50.5%는 1개 이상 대사증후군 위험 요인을 보유했다. 비만 학생의 20%는 당뇨병 전 단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 비만율도 증가 추세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 따르면 9~17세 비만율은 2018년 3.4%에서 2023년 14.3%로 5년 만에 4.2배로 늘었다. 한국 소아청소년(5~19세)의 과체중·비만 유병률(2022년 기준)은 남·여학생 각각 43.0%, 24.6%로 한·중·일·대만 4개국 중 가장 높았다.

비만이 아이들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치명적이다. 어릴 때 비만으로 고혈압이 일찍 발생하면 청년기에 심근경색, 뇌졸중, 관상동맥질환 등 합병증이 생길 위험은 그만큼 높아진다. 차의과학대 분당차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성혜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10∼18세의 과체중·비만 소아청소년 1만1554명을 분석한 결과 과체중·비만, 고혈압 유병률은 각각 25.11%, 10.46%였다. 하지만 과체중·비만에 해당하는 소아청소년만 봤을 땐 고혈압 유병률이 17.6%로 더 높았다. 과체중·비만아의 고혈압 유병률이 전체 그룹보다 1.5∼2배가량 높았다는 분석이다.

비만은 청년 당뇨 발병률도 끌어올리고 있다. 최근 대한당뇨병학회 학술지 ‘당뇨병과 대사 저널’에 김지윤 삼성서울병원 교수 등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010년 1.02%였던 19~39세 성인의 2형 당뇨병 유병률은 2020년 2.02%로 10년 만에 두 배로 됐다. 2020년 기준 19~39세 성인 중 약 37만2700여 명이 2형 당뇨병을 앓고 있었다. ‘2형 당뇨’는 인슐린 분비에 장애가 생겨 혈당이 올라가는 대사 질환이다. 비만과의 연관성은 뚜렷했다. 논문에 따르면 청년 당뇨 환자 중 과체중 환자가 정상 체중 환자보다 많았다. 2020년 기준 젊은 당뇨 환자의 67.8%가 체질량지수(BMI) 25㎏/㎡ 이상 비만이었고, 31.6%는 고도비만(BMI 30㎏/㎡ 이상)에 해당됐다.

소아청소년 비만이 늘어난 데엔 운동 부족과 고열량·고지방·고당분 음식을 즐겨 먹는 식습관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2024년 청소년 건강행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 3회 이상 단맛 음료를 섭취하는 비율은 64.4%, 고카페인 음료 섭취율은 23.5%로 나타났다. 청소년이 선호하는 에너지음료에는 1캔당 당류가 평균 35g으로, 이는 WHO 권고량의 70%에 달한다. 소아청소년 비만의 경우 성장기라는 점을 감안해 체중을 줄이기보단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게 치료의 핵심이다. 부모는 점심·저녁 식사에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이 올라가 있지 않은지, 자녀가 활발하게 움직여 섭취한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해외 일부 국가에선 비만을 유발하는 식품과 음료에 대한 조세를 강화하는 등 정책적으로도 지원하고 있다. 미국과 프랑스에선 설탕이나 인공감미료를 넣은 음료수에 ‘소다세’를 부과한 이후 탄산음료 소비가 감소했다.

권도경 기자
권도경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