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민의 Deep Read - 김문수 · 한덕수 단일화 논의
경선 전 한덕수 차출론이 중도 확장 후보군 올킬… 김·한, 지지기반 겹쳐 단일화 시너지 약해
단일화 분란으로 이재명 사법 리스크 가려져… 극적 단일화 통한 대역전 가능성 15%가량


국민의힘이 ‘단일화의 늪’에 빠졌다. “당의 공식 대선 후보를 존중해 달라”는 김문수 후보 측 당무우선권 주장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조속히 후보단일화를 이루겠다”는 경선 때의 약속을 지키라는 국민의힘 내 한덕수 후보 지지파 간의 요구가 충돌하면서 향후 전개 방향이 예측 불가 상태로 치닫고 있다.
◇예정된 참사
김 후보는 8일 기자회견에서 “강제 후보 교체는 법적 분쟁으로 갈 수 있다”면서 “당이 일방적으로 정한 토론회에 불참한다”고 밝혔다. 그는 당무우선권 발동 입장도 재강조했다. 앞서 김 후보와 한 후보는 7일 저녁 회동했지만 빈손으로 헤어졌다. 두 사람은 75분간 진행된 회동에서 단일화 방식·시기 등에 대해 아무런 합의 사항도 이끌어내지 못했다. 한 후보는 회동에 앞서 “단일화 불발 때는 (11일 마감하는) 후보등록을 하지 않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국민의힘 당헌 제74조에 규정돼 있는 ‘당무우선권’은 ‘대통령 후보자는 선출된 날로부터 대통령 선거일까지 선거업무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 당무 전반에 관한 모든 권한을 우선해 가진다’는 내용이다. 당무우선권은 2017년 10월 당시 홍준표 당 대표가 직접 만들었다. 경선 패배 후 정계 은퇴를 선언했던 홍 전 대표는 “한덕수 띄우기는 당과 용산의 공작”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김 후보에게 “사기당했다”는 당내 반발도 크다.
김·한 회동이 성과 없이 끝나자 국민의힘 지도부는 8∼9일 이틀간 여론조사를 실시해 단일 후보를 선출하기로 했다.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단일화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은 당원과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라고 김 후보를 강하게 압박했고, 권성동 원내대표는 단일화 촉구 단식에 돌입했다. 김 후보가 동의하지 않더라도 사실상의 후보 교체 수순에 들어갈 수 있다는 당 지도부의 의지를 확인한 것이다.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 이뤄지고 있는 양측의 충돌은 6·3대선을 앞두고 예정된 참사의 경로를 달리는 것처럼 보인다. 경선 전부터 터져 나온 성급한 ‘한덕수 차출설’이 사태의 출발이다. 당 지도부가 경선판을 흔드는 차출설을 잠재우기는커녕 오히려 조장하는 듯한 행태를 보임으로써 가장 강력한 후보였던 오세훈 카드를 포함해 중도 확장성 있는 후보들이 ‘올킬’ 됐다. 당 경선을 마이너리그로 전락시킨 당 지도부와 의원들의 행태는 해당행위에 가깝다. 특정인 차출 카드를 경선 전에 뽑아 든 것은 경선 열기에 물을 뿌리는 자해행위였다.

◇한덕수 출마의 명암
정대철 헌정회장은 한 후보 출마에 대해 “국민이 불러낸 것”이라고 했는데 그 말이 근거를 가지려면 적어도 셋 중 하나는 충족시켜야 했다. ①한 후보 출마 찬성 여론이 압도적으로 많거나 ②유일하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이기는 조사 결과가 있거나 ③국민의힘 내 다른 후보의 지지율을 압도했어야 했다. 한 후보는 어느 조건도 충족하지 못했다. 단지 보수층 결집에서 우위를 보일 뿐인데 지지기반이 겹치는 것은 단일화 시너지가 없다는 걸 뜻한다.
단일화 시너지를 통해 외연 확장을 하려고 했다면 지지기반이 겹치지 않는 개혁신당 후보 이준석과의 단일화를 전략적으로 우선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단호히 반대하고 탄핵에 찬성함으로써 중도 소구력을 갖는 오세훈·한동훈·안철수·유승민이나 ‘인간적 신뢰가 있는’ 홍준표 중에서 후보를 뽑았어야 했다.
김문수를 대선 후보로 뽑은 후 한덕수와 단일화를 한다는 구상이 현실화된 순간 이준석과의 단일화는 물 건너갔다. 윤석열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탄핵을 반대했던 세력이 주도하는 김문수·한덕수 단일화에 이준석이 참여할 가능성은 사실상 0%에 수렴한다.
‘비상계엄 반대·탄핵 찬성·정권 교체 지지’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에서 비상계엄 반대와 탄핵 찬성을 지지한 후보가 아니라 탄핵을 반대한 김문수·한덕수가 주도하는 ‘반명 빅텐트’로는 이재명 집권을 막을 수 없다.
‘이재명 집권’ 드라마는 이미 탈고를 눈앞에 둔 상태다. 비상계엄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묻는 상황에서 (윤석열과의 절연과 비상계엄에 대한 사과 없이는) 이재명에 대한 유죄취지 ‘파기환송’은 승패의 흐름을 바꾸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의 ‘BBK 리스크’가 대세에 영향을 주지 못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감동 드라마 있을까
김문수는 국민의힘 지도부가 8∼11일 전국위원회와 전당대회를 기습 소집한 것은 정당한 대통령 후보인 자신을 강제로 끌어내리려는 시도라고 반발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여론조사에서 다소 밀리는 김문수 측이 여론조사에 의한 단일화를 수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어떤 방식이든 여론조사 단일화는 한덕수가 이길 가능성이 크다. 김문수가 여론조사 단일화에 응하지 않거나 결단에 의해 후보를 양보하지 않는다면 김문수를 주저앉힐 방법은 사실상 없다.
국민의힘 공식 후보인 김문수가 끝까지 버티면 한덕수는 무소속으로 등록하거나 출마를 포기해야 한다. 이렇게 될 경우 분당에 준하는 분열을 피할 수 없다. 후보 등록 전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를 하든 아니면 본선 등록 후 단일화를 하든 김문수의 당선 가능성은 희박하다. 반대로 김문수를 힘으로 주저앉히고 무리하게 한덕수를 후보로 만드는 데 성공하더라도 이미 단일화 시너지는 기대할 수 없게 된다.
국민의힘은 명분과 시간, 그리고 승산이 크지 않은 한덕수를 단일 후보로 만들기 위해 김문수를 국민의힘 후보로 뽑았다가 ‘김문수의 늪’에 빠졌다. 국민의힘이 극적 결단으로 감동적 드라마를 만들어 낼지 아니면 더 깊은 늪으로 빠져 들어갈지 지금은 가늠할 수조차 없다.
이재명에 대한 대법원의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에 따른 사법 리스크는 구여권이 보이고 있는 단일화 집안싸움에 가려졌다. 사법부는 사법부대로 이재명과 민주당의 집단 압박과 탄핵 겁박에 손발 다 들었다. 서울고법은 당초 오는 15일로 잡았던 이재명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6·3대선 후인 6월 18일로 연기했다. 게다가 민주당 지지층 결집으로 이재명 대선 지지율은 양자 구도든 3자 구도든 타 주자들을 압도하는 형국이다.
◇향후 시나리오
대선 시나리오는 3가지다. ①2007년 이명박-정동영 대선을 재연하면서 이재명이 큰 표 차로 압승할 가능성 ②2002년 노무현-정몽준 대선 같은 극적 단일화로 국민의힘이 대역전할 가능성 ③개혁신당 이준석의 지지율이 15%를 넘으면서 강한 ‘준풍’이 불어 ‘이재명 대 이준석’ 구도가 될 가능성. 현시점에서 가능성은 ①75% ②15% ③10%로 보인다.
정치컨설팅 민 대표
■ 용어 설명
‘당무우선권’은 국민의힘 당헌 제74조에 의거, 대통령 후보자가 선거업무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당무 전반에 관한 모든 권한을 우선해 갖는다는 것. 다만 동 조항 2항에 특례조항을 두고 있음.
‘이명박-정동영 대선’은 사상 최대 표차로(이명박 48.6%, 정동영 26.1%) 당락을 가른 2007년 대선. 이명박은 줄곧 대세론을 지켰고, 정동영은 낮은 투표율 속에서 저조한 성적표를 기록.
■ 세줄 요약
예정된 참사: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 진행되는 김문수와 한덕수 간 충돌은 예정된 참사. 경선 전부터 터져 나온 성급한 ‘한덕수 차출설’이 사태의 출발. 특정인 차출 카드를 경선 전에 뽑아 든 것은 자해행위였음.
한덕수 출마의 명암: 국민의힘 경선 중 한덕수의 등장으로 중도 확장성 있는 후보들 ‘올킬’ 돼. 김과 한은 지지기반이 겹쳐 단일화 시너지가 크지 않을 듯. 김·한 주도의 ‘반명 빅텐트’로는 이재명 집권을 막기 힘든 상황.
감동 드라마 있을까: ‘단일화 늪’에 빠진 국민의힘이 감동 드라마를 만들어낼지 가늠하기 어려워. 사법부도 민주당 겁박에 손발 다 든 형국. 노무현-정몽준 대선 같은 극적 단일화로 대역전 가능성은 15%가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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