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숙 논설위원

프랑스 지도자 프랑수아 미테랑(1916∼1996)은 사회당 출신 첫 대통령으로서 대내적으로 사회적 단합을 이루면서 대외적으로는 유럽 통합에 기여한 인물로 평가된다. 비전과 카리스마, 경영 능력을 모두 갖춘 정치인이라는 후한 평도 받는다. 그는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중국계 미국인 건축가 이오밍 페이가 설계한 유리 피라미드를 세울 정도로 혁신적이었다. 또, 파리 외곽 센 강변에 비즈니스 구역 라데팡스를 조성해 도시의 아름다움과 효율성을 조화시키는 데도 기여했다.
1981년부터 14년간 이어진 미테랑 시대는 프랑스의 좋았던 시절로 꼽히지만, 미테랑의 집권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집권 초 주요 산업 국유화, 노동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등 사회당 정책을 밀어붙였다. 그러나 좌편향 정책으로 주요 경제 지표가 추락하며 경기가 얼어붙자 미테랑은 재정 긴축 정책을 펴며 실용주의 정책으로 전환했다. 공산당이 연정에서 탈퇴한 뒤엔 본격적인 정책 우클릭을 폈고, 이후 미테랑은 중도파와의 연합 정치를 통해 장기 집권 시대를 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전쟁으로 인해 대내외적으로 궁지에 몰리는 기류다. 취임 100일 지지도는 40% 이하로 역대 재선 대통령 가운데 가장 낮은 기록이다. 관세 전쟁 파장이 심해지자 트럼프는 연준(Fed) 의장 경질 압박을 접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지금이 트럼프의 미테랑의 순간인가’라는 사설에서 ‘트럼프의 행태는 40여 년 전 프랑스 사회주의자 대통령이 했던 역사적 유턴 사례를 환기시킨다’며 미테랑의 교훈을 짚었다. 시장의 반발에 부닥친 좌파 정책을 전면 폐기한 뒤 성공적으로 국정을 이끈 미테랑의 길을 가라는 권고다.
트럼프는 관세 전쟁이 성공하고 있다고 자랑하지만, 중국이 고관세를 맞고도 버티자 초조해하는 조짐이 역력하다. 한국 등 주요국에 대한 상호관세 발표 후 90일 유예 조치를 했고, 애플·엔비디아에 대한 관세 예외도 추가로 발표했다. ‘외국 제작 영화 100% 관세 부과’ 방침도 밝힌 지 하루 만에 “아직 미정”이라고 말을 바꿨다. 갈팡질팡하며 땜질 조치를 하는 형국이다. 미테랑처럼 성공하려면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트럼프가 미테랑의 길을 갈 것인지 말 것인지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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