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희 정치부 차장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그러나 권력자를 향한 아첨과 아부는 나라를 병들게 한다. 전례를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다. ‘윤심(尹心)’과 ‘체리 따봉’, ‘윤핵관’이 횡행하던 2023년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그랬다. ‘윤석열 대통령과 싱크로나이즈’를 내세워 당선된 당 대표는 불과 9개월 만에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후 사퇴했다. 대통령실 일부 참모는 ‘100분 동안 90분은 자기 얘기만 한다’던 윤 전 대통령 앞에서 나머지 10분마저 ‘윤비어천가’에 썼다. ‘윤심’을 등에 업고 공천받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용산 거수기’로 전락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12·3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이라는 비극은 그렇게 싹이 텄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그 비극 위에 ‘새로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하고 있다. 그동안 대립하던 보수 인사들과도 진영을 넘어 소통하겠다고 한다. 이 후보 쪽에선 ‘레드팀’에 대한 얘기도 자주 들려온다. 이 후보가 과거 권력자들과 달리 ‘쓴소리’하는 참모를 제일 좋아한다는 것이다. 당나라 태종에게 끊임없이 직언했던 충신 ‘위징(魏徵)’을 언급하는 참모들도 있다. 당 태종은 위징의 상소에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도 그의 말을 따랐다. 이 후보가 자신과 다른 의견을 내는 이들을 일부러 써왔고, 집권 후에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민주당 인사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 후보 말과 달리 지금 민주당엔 ‘위징’은 없고 충성 경쟁에 매진하는 경주마만 가득하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 2일 대통령 당선자의 형사 재판 절차를 중단하게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후보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판결 하루 만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해선 ‘사법 살인’ ‘탄핵’ ‘3차 내란’ 등 막말이 쏟아졌다. 정청래 의원은 “대법원장이 뭐라고. 우리 국민은 대통령도 2명씩이나 탄핵시켰다”고 했다.
권력을 향한 쏠림은 생존을 위한 본능일는지 모른다. 바람보다 더 빠르게 눕는다는 일부 정치인의 도덕성만 탓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 기류가 흐르던 지난해 전당대회는 민주당 의원들에게 뚜렷한 각인 효과를 남겼다. 충성 경쟁의 정점을 찍은 사람은 살고, 그러지 못하면 사라진다는 것. 사법 체계를 뒤흔드는 낯 뜨거운 입법 경쟁은 ‘위징’ 대신 ‘명심(明心)’을 가까이했던 이재명 후보 용인술의 민낯이다.
변화와 발전은 자신의 부족함을 아는 데서 출발한다. 이 후보나 윤 전 대통령처럼 이미 한 분야에서 대성한 인물이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기란 어려운 일이다. 쓴소리하는 자들은 저쪽 편, 자신을 엄호하는 이들은 내 편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선 더욱 그렇다. 이재명 후보가 만들고 싶은 새로운 나라는 어떤 나라인가.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같은 보수도, 조희대 대법원장 같은 사법부 인사도 함께 갈 수 있는 나라인가. 아니면 쪼그라들 대로 쪼그라든 보수를 또 ‘내란 대 비(非)내란’으로 갈라쳐야만 하는 나라인가. 반대하는 쪽 목소리도 듣겠다면 ‘레드팀’ 같은 말 대신 쓴소리 인사를 실제 기용하고, 조직에도 적극적인 신호를 줘야 한다. 그게 지난겨울 불통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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