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대통령·총리·경제부총리 모두 공석인 상태에서 대통령 선거에 온통 관심이 쏠려 있지만, 세계 경제는 더욱 급박하게 돌아간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7일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세 차례 연속 동결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도 신중한 행보를 고수한 것이다. 연준은 성명에서 “관세 전쟁으로 경제 전망의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며 “고용과 물가 상승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금은 지켜보며 기다릴 때”라고 할 만큼 세계 경제는 짙은 안갯속이다.

그나마 치킨게임을 벌이던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 개시는 단비 같은 소식이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오는 10일부터 스위스에서 중국과 협상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양국은 각각 145%, 125%라는 고율의 관세를 주고받으며 사실상 교역이 중단된 상태다. 당장 실질적인 성과를 기대하긴 어렵지만, 대화 자체가 의미 있는 진전이다. 중국은 기준금리를 깜짝 인하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으나 관세 타격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미국의 1분기 대중 수입 비중은 7년 전 22%에서 11%로 반 토막 났다.

아시아 환율 시장도 ‘플라자 합의 시즌 2’를 연상케 할 정도로 요동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396원으로 떨어져 작년 11월 이후 처음 1300원대에 진입했다. 미국이 대만과 통상 협상에서 환율 문제를 압박해 대만뉴달러의 가치가 5월 들어 5% 이상 하락했고, 그 여파가 나비효과처럼 번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2주 안에 의약품 관세도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한국의 새 주력 수출품인 바이오시밀러는 물론 선크림까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7월 패키지’ 협상에서 환율 문제가 테이블에 오를 수도 있다. 문제는 이런 격랑 속에 한국의 통상·환율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상황이다. 탄핵소추에 앞서 부득이 사퇴한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공백이 더 뼈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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