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후보 경선은 여전히 당내 영향력을 행사하는 ‘친윤’ 세력의 오판과 꼼수 탓에 이미 정도(正道)에서 너무 멀리 이탈했지만, 후보 등록일을 이틀 앞둔 8일 오전에도 이전투구 행태가 계속됐다. 보수의 중요한 대의는 원칙과 도덕성인데, 역주행이 심각하다. 김문수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 단일화 문제부터 뒤죽박죽이 됐다. 이젠두 후보의 쾌도난마 결단 없이는 단일화가 불가능해졌다. 김 후보는 1주일을 제시했지만, 한 후보가 무소속 후보 등록은 하지 않겠다고 한 만큼 9일이 시한이다.

8일 오전 기자회견에 이어 관훈토론회에 참석한 김 후보는 “당 지도부는 강제 단일화에 손 떼라”면서 “어떤 불의에도 굴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도부가 결정한 한 후보와의 양자토론과 여론조사 경선을 거부하고 법적 대응도 검토한다고 했다. 한 후보에겐 “후보 등록 후 1주일간 선거운동과 합동토론을 한 뒤 여론조사로 단일화하자”고 제안, 등록 전 단일화는 불발될 가능성이 커졌다.

김 후보의 기자회견 직후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이틀 안에 단일화를 해야 한다”면서 여론조사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김 후보는 “저를 끌어내리려는 당 지도부의 작업이 있었고, 그 결정적 사실을 어젯밤 늦게 확인했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김 후보와 당 지도부의 정면충돌이라는 희한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름다운 단일화’를 해도 역부족인 상황에 이런 행태를 보이는 것은 명분도 지지 기반도 잃는 최악의 선택이다. 한동훈 낙마를 노리고 이런 저런 전술을 펼친 친윤의 행태가 근원적 문제지만, ‘김덕수(김문수+한덕수) 전략’으로 후보에 당선된 김 후보의 소극적 입장도 이해하기 힘들다.

두 후보는 다시 만날 예정이다.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라고도 한다. 많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무엇을 위한 단일화인지 잊지 말고, 국민이 공감할 결단을 내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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