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지프 나이 미국 하버드대 석좌교수 별세
학계·관계 등 넘나들며 맹활약
중국 패권 맞서 한미동맹 강조
“트럼프, 소프트파워 포기땐
미, 중에 결코 이길 수 없어”

워싱턴=민병기 특파원
국제정치에서 군사력 등 ‘하드파워’와 구별되는 ‘소프트파워’ 개념을 정립한 조지프 나이(사진) 하버드대 석좌교수가 88세 나이로 별세했다. 7일(현지시간) 하버드대 교지 하버드 크림슨은 국제정치 석학인 나이 교수가 전날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1937년 뉴저지주에서 태어난 나이 교수는 프린스턴대에서 역사학으로 학사 학위를 받았고, 옥스퍼드대와 하버드대에서 각각 정치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뒤 1964년부터 하버드대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프린스턴대 로버트 케오한 교수와 함께 ‘신자유주의 이론’을 만들고, 한 국가가 문화적 매력 등을 통해 상대방을 설득하는 힘을 설명하기 위해 ‘소프트파워’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 지도자급 인사들이 다수 수학한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학장을 지낸 나이 교수는 1977~1979년 국무부 보안, 과학, 기술 담당 차관보, 1994~1995년 국방부 국제안보 담당 국방 차관을 지내는 등 정부에서도 활동했다. 국가정보위원회 의장과 유엔 사무국 군축위원회 미국 대표도 지냈다.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패권(domination)과 다른 리더십(leadership)을 행사했기 때문에 “미국의 세기는 아무리 적게 잡아도 수십 년은 더 지속될 것”이라고 예견했던 나이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미국국제개발처(USAID) 폐지 등의 행보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 3월 워싱턴포스트(WP) 기고에서는 “트럼프가 소프트파워를 완전히 포기한 채 중국을 이길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는 곧 실망하게 될 것”이라며 “그리고 그 피해는 미국 국민 모두에게 돌아온다”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보낸 기고문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등장으로 미국의 소프트파워가 종말에 처했다고도 썼다.
중국이 미국의 최대 경쟁자가 될 것으로 전망한 나이 교수는 한미동맹을 비롯한 미국의 동맹 정책을 중시했다. 지난해 2월 싱크탱크인 미국외교협회(CFR) 주최 대담에서 “우리가 억지력을 강화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우리의 동맹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중국에 러시아와 북한이 있다면 미국은 유럽과 호주, 일본, 한국이라는 동맹이 있다”고 말했다. 나이 교수는 한국의 소프트파워에 대해서도 높게 평가했다. 그는 2021년 “한국의 소프트웨어가 전 세계를 사로잡고 있다”며 “한국의 소프트파워가 미국인들의 인식, 미국과의 관계에 영향을 주면 나아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제러미 와인스타인 케네디스쿨 학장은 “나이 교수는 우리가 현대 국제 관계를 이해하는 방식을 형성한 가장 중요한 사상가 중 한 사람이었다”고 애도했다.
민병기 특파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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