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한동훈·홍준표 등 출연

해학적 개그 보여준 ‘SNL’ 인기

수천만 조회수에 댓글도 줄줄이

젊은 유권자에 홍보수단 되기도

 

‘정치팬덤 눈치’ 방송사들은 꺼려

심의·재허가 맞물려 논란 피하기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비롯해 한동훈, 홍준표 등 국민의힘 경선 후보 등을 패러디한 정치 풍자 영상물이 유튜브 등에서 수천만 회가 넘는 누적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정치에 대한 관심이 적은 젊은 유권자들이 유명 예능과 이를 재가공한 쇼츠(shots·짧은 동영상) 등으로 정치를 소비하는 분위기 속에서 정치인들이 이런 콘텐츠와 플랫폼을 홍보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는 모양새다. 반면 정치적 논란을 의식한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등 기성 매체에서는 오히려 정치 풍자와 패러디가 실종됐다.

김문수, 한동훈 후보 등은 지난달 말 쿠팡플레이 예능 ‘SNL코리아 시즌7’(SNL)에 출연했다. 앞선 대선 과정에서 ‘여의도 텔레토비’ ‘주기자가 간다’ 등의 코너를 통해 유력 대선 주자들을 만났던 ‘SNL’은 이번에는 편의점을 배경으로 한 ‘지점장이 간다’라는 코너를 통해 풍자에 나섰다. 김 후보가 출연했을 때는 배우 지예은이 “나 지점장인데”를 반복하면서 김 후보가 2011년 경기도지사 시절 소방서 119상황실에 전화해 “나 도지사인데”라며 관등성명을 요구했던 상황을 비틀었다. 한 후보 출연 편에서는 그의 모습으로 분장한 개그맨 정성호가 계산대에 선 한 후보에게 “제가 이걸 살 거라는 걸 어떻게 아시죠?” “제가 혹시 영업 방해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등 한 후보 특유의 ‘반문 화법’을 패러디했다.(위 큰 사진) 이에 한 후보는 “내가 진짜 이러나? 저런 표정을 앞에서 지으면 되게 약 오르는구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해당 내용을 담은 김 후보와 한 후보의 유튜브 영상은 각각 조회수 97만, 126만 회를 기록했다. 하이라이트 장면만 모은 1분 안팎 쇼츠의 경우 조회수가 300만∼1000만 회에 이른다. 8일 오전까지 조회수 1183만 회를 기록한 한 쇼츠의 경우 댓글만 1만3000개가 넘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아직 참여하지 않았지만 과거 대선 과정에서 이 프로그램을 통해 젊은 유권자들에게 어필했던 것을 고려할 때,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최종 결정되고 양자 대결 윤곽이 드러나면 등판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대선 당시 ‘SNL’에 출연한 이재명 후보
지난 대선 당시 ‘SNL’에 출연한 이재명 후보

각 후보들은 인간적인 면모를 강조하고 젊은 유권자들에게 어필하는 차원에서 예능에 출연하는 전략을 택한다. 상대 측이 마타도어의 근거로 삼는 불편한 질문에 기꺼이 답을 하며 논란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도 읽힌다.

일종의 ‘거울 치료’라는 반응도 있다. ‘SNL’에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으로 변신한 정치인들이 자신의 모습을 패러디한 손님을 응대하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객관화하는 과정을 거친다는 것이다. 아울러 풍자를 수용하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며 보다 친근한 이미지를 줄 수 있다.

그러나 ‘SNL’을 제외하면 정치 풍자 콘텐츠를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은 아쉽다. 과거 다양한 정치 풍자를 시도했던 KBS 2TV ‘개그콘서트’도 더 이상 정치·시사 이슈를 다루지 않는다. 재허가 이슈 등과 맞물려 있는 방송사들이 정권의 눈치를 살피는 동시에 ‘정치의 팬덤화’로 인해 대중적 비판에 직면할 수 있는 상황을 미리 피하는 것이란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지상파와 같은 기성 매체는 심의나 재허가 등 규제가 많다. 그러니 정치 풍자 콘텐츠로 인해 논란이 일어나 도마에 오르는 것을 원치 않는다. 궁극적으로 플러스(+)보다 마이너스(-)가 크다고 보는 것”이라면서 “또한 정치 풍자가 시청률 상승에도 궁극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으니 위험 부담을 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정치 풍자가 가치 판단의 기준을 제시하기보다 정치인들의 외모나 말투를 따라 하고, 이슈를 좇는 데 쏠려 있다는 비판도 여전하다. 최 교수는 “‘SNL’이 그 기능을 일부 대신하고 있지만 프로그램의 특성상 코믹 코드에 치중하는 성향이 있다. 대선 후보 검증에 도움이 되는지는 고민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진용 기자
안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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