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 버스에 달이 타 있어

성명진 지음│핸짱 그림│창비

성명진의 첫 동시집 ‘축구부에 들고 싶다’(2011)엔 축구 잘하는 6학년이 아니라 밖으로 나온 공을 재빨리 선수에게 던져 주고 신나서 달리는 ‘나’가 있다. 잘하든 못하든 남이 보든 안 보든 그저 좋아하는 것을 맘껏 좋아하는 아이가 트랙 바깥을 질주하는 이 천진난만한 벅참이 바로 동심이다. 한편 축구에서 처음 이긴 아이들이 마침 쏟아진 소나기도, 갑자기 상대편을 가로막은 강아지도, 운동장을 지나간 예쁜 나연이도, 모두 다 잘했다고 박수 치는 ‘오늘은 다 잘했다’(2019)는 함께여서 충만한 동심을 노래한다.

이번 시집 ‘밤 버스에 달이 타 있어’에서는 공부와 게임이 전부여서 혼자인 아이들과(‘얘들아, 포도알들아’), 사냥꾼의 총에 맞아 투명한 세상을 비출 수 없게 된 노루(‘그 눈망울’) 등 세계의 불화와 불안이 동심과 자연의 환한 세계까지 깊숙이 침투해 왔음을 목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주 웃어요 우리는/조그만 일에도/팔랑거리면서요” “꽃은 꽃이고/우리는 우리랍니다”(‘잎사귀들’)라며 행복한 동심을 선언한다. 아이들은 무엇을 가지거나 무엇을 이뤄야만 행복한 것이 아니란 걸 안다. 행복은 누군가 주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자신에게서 비롯한다는 것도 말이다. “사납거나/징그러운 것 아닌/염소들”과 함께여서 “하나도 안 무서운 저녁”(‘저녁에 언덕을 넘어오는 것들’)을 맞이하는 이 다정한 세계의 복원과 개시가 성명진 동시의 “깨끗하고 푹신한”(‘아저씨가 밭을 갈 때’) 품이다.

안 웃어도, 다른 델 봐도(‘봄꽃 사진사’) 아이들의 예쁨은 그대로 그곳에 있다. 그것은 “밖에서 아무나/함부로 깨뜨”(‘알’)릴 수 없고, “영원히 예약돼 있어서/누구도 넘볼 수 없”(‘자리’)는 작고 귀여운 자리다. 그 성소(聖所)에 빛을 켜고 애틋하게 돌보는 시인은 자신은 그저 “이 일을/조금 거들어 주는 사람이고요”(‘농부’) “캄캄히 걸어” “새끼 별”을 안아주는(‘어떤 초승달’) 사람이라고 고백한다. 116쪽, 1만3000원.

신수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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