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황의 사랑’윤후명 작가 별세

시집 출간하고 화가로도 활약

“떠나는 날까지 한글과 한국 문학을 사랑했던 모습을 옆에서 보면서 오랫동안 존경해왔어요….”

시인이자 소설가였던 윤후명 작가의 부인 허영숙 씨는 남편을 떠나보내고 사무치는 슬픔과 울음에 말을 잇지 못했다. 윤후명 작가가 8일 오후 7시쯤 별세했다고 유족은 전했다. 79세.

1946년 강원 강릉에서 태어난 고인은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196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인으로 먼저 등단했으며 ‘명궁’(1977), ‘홀로 등불을 상처 위에 켜다’(1992) 등의 시집을 펴냈다. 1979년에는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에 당선되며 소설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중국 둔황(敦煌)을 배경으로 삶의 본질을 탐구한 소설집 ‘둔황의 사랑’(1983), 수인선을 무대로 한 로맨스 ‘협궤열차’(1992) 등에서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문체로 주목받았다. 네 편의 중단편을 묶은 둔황 시리즈는 한국 문학의 지평을 서역으로 넓혔다는 평가를 받으며 2005년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서 ‘한국의 책 100’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별을 사랑하는 마음으로’로 제39회 현대문학상(1994)을, ‘하얀 배’로 제19회 이상문학상(1995)을 수상했다.

생전 막역한 사이로 50년 우정을 이어오며 문예지 ‘문학나무’를 함께 펴내던 황충상 소설가는 “일찍이 한국 문학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다장르 문인으로서 도전을 멈추지 않았던 선배이자 동료”라고 고인을 추억했다. 또한 “(윤 작가는) 오랜 시간 간 경화로 투병해왔다”며 “최근 자기 생명의 한계를 느끼면서도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밝은 표정을 잃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인은 강은교·정희성 시인 등과 함께 시 동인 ‘고래’로 활동했으며 최근까지 문예지 ‘문학나무’ 고문을 맡아 10년 넘게 투고 작가들의 고료를 책임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2012년 첫 개인전을 열며 화가로도 활동해왔다. 고인의 작품으로 구성된 문학 그림전 ‘모든 별들은 음악 소리를 낸다’는 지난달부터 부산의 ‘갤러리 범향’에서 열리고 있다. 빈소는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유족으로 부인 허 씨와 자녀 윤하나내린·하나차린·하나그린 씨, 사위 조준휘 씨가 있다. 발인은 10일.

장상민 기자
장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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