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하면서 닮아 가는 것은 우리가 쓰는 말에서도 통한다. 바른말을 사랑하는 이들이 가장 많이 지적하는 말이 줄임말인데 은연중에 그들도 ‘오염’돼서 쓴다. ‘집밥’에서 출발한 ‘혼밥’이 그렇고 이혼한 남녀를 가리키는 정말 이상한 구성인 ‘돌싱’도 그렇다. 여기에 어법상으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겉바속촉’이 추가된다. 튀김이나 구이 음식을 먹을 때 겉은 아삭해서 씹을 때 바사삭 소리가 나야 하고 속은 촉촉하고 부드러워야 한다는 뜻이다.

불을 이용해 음식을 조리하는 첫 번째 목적은 익히는 것이다. 그런데 익히는 방법이 무척이나 다양해서 그에 따라 조리된 음식의 상태나 느낌도 달라진다. 직화나 철판, 혹은 기름 등을 이용하면 음식을 높은 온도에서 조리할 수 있다. 이때 온도를 잘 맞추어 세심하게 조리하면 음식의 표면은 적당히 딱딱해져 씹는 기분을 느끼게 해 주는 상태가 된다. 이것을 감각적으로 표현한 것이 바로 ‘겉은 바삭’이다.

온도를 잘 조절하면 식재료의 속이 적당히 익어 씹으면 부드럽고 혀로 굴리면 감미롭다. 그리고 겉이 적당하게 굳어지면 식재료의 수분과 유분이 재료 속에 갇히게 되어 먹을 때 촉촉하고도 달콤한 느낌을 준다. 이 상태를 역시 감각적으로 표현한 것이 ‘속은 촉촉’이다. 표리(表裏)가 동등하게 감각적인 두 말은 결국 ‘겉바속촉’으로 세상에 선을 보인다.

표강리유(表剛裏柔), 굳이 한자를 써서 표현한다면 겉은 단단하나 속은 부드럽다는 뜻의 이 말 정도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읽고 들어도 겉바속촉의 생생한 느낌은 나지 않는다. ‘표강리유’라 표현해야만 할 것 같은 어른들도 겉바속촉의 유혹에 끌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순전히 고유어만 사용하면서도 사자성어의 느낌을 살리기도 했다. 이처럼 젊은이들이 만든 신조어 중에는 처음에는 딱딱하게 느껴지나 쓸수록 촉감이 느껴지는 것들도 있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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