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우크라전 등 고려해 결정

 

김정은 불참 놓고 해석 분분

중국의 입김 작용 가능성도

러시아 전승절 행사에 초청받은 한국 정부가 8일(현지시간) 고심 끝에 불참했다. 한·러 관계 개선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러·북 군사협력이 한반도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9일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승리 80주년을 기념하는 전승절 행사에 불참하기로 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부터 비우호국에 전승절 초청장을 보내지 않았는데, 올해는 모든 외교공관 대표에 열병식 초청장을 보냈다. 외교부는 지난 7일 전승절 행사에 초청하는 러시아 측 공한을 접수한 바 있다.

우리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아직 진행 중인 점, 북한과의 군사 결탁이 고도화되고 있는 점, 초청장이 행사에 임박해서 전달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불참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러 관계를 개선할 필요성이 있는 만큼, 미국을 비롯한 우방국들의 참석 동향을 주시하며 막판까지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60주년 행사엔 노무현 전 대통령이, 70주년 행사엔 대통령 특사로 윤상현 의원이 참석한 바 있다. 75주년엔 정상급에서 초청을 받았지만 코로나19를 이유로 불참했다.

북한에선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석이 끝내 불발되고 신홍철 주러 북한대사가 참석했다. 김 위원장 불참과 관련해선 러·북 양자회담이 별도로 개최될 것을 전제로 김 위원장이 굳이 다자외교 무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여태껏 다자외교에 나선 경험이 없다. 북한과의 관계 균열 신호를 보여왔던 중국이 김 위원장의 열병식 참석을 용인하지 않은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대신 북한은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대사가 연 전승절 기념 연회에 고위급을 대거 참석시켰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전날 양각도국제호텔에서 열린 연회에 최선희 외무상, 노광철 국방상 등의 당·정 고위급 간부들이 참석했다. 마체고라 대사는 연회에서 “조선(북한)의 영웅들을 추억하는 아름다운 기념탑들이 일떠설 해방된 도시들과 마을들, 광장들은 그들의 이름으로 불리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쿠르스크에 파병된 북한군을 기념하는 기념탑을 만들고, 광장·마을 등의 이름도 이들의 이름을 따 변경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기념탑 건설과 함께 러·북 간 별도의 추모행사가 열릴 가능성도 있다.

권승현 기자
권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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