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 국방대 국가안보문제연구소장

한국·미국·일본의 정상이 지난 2023년 8월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에서 3국 간 안보협력의 제도화를 다짐한 지 2년을 앞두고 있다. 그간 한미일 3국은 이 합의에 따라 비상설 사무국 설치에 합의하고, 안보 관련 장관회의를 수시로 개최하면서 군사적으로는 미사일 방어훈련, 대잠 방어훈련, 그리고 프리덤엣지와 같은 다영역 훈련을 해 왔다.

다만, 최근 한미일 안보협력 체제는 다양한 도전 요인들에 직면해 있다. 그 하나는 2년 전과 달리 3국의 국내 리더십이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초 출범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와 달리 미국 주도로 구축해온 동맹이나 다자간 안보체제에 대해 그다지 중시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더욱이,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 장관 등이 추진하는 정부 재정 축소 방침에 따라 해외 배치 미군 태세를 조정하고 장성급 장교들을 축소할 경우, 한미동맹 등 인도·태평양 지역 미국의 억제 태세가 약해질 개연성도 없지 않다. 한국도 한미일 협력 체제를 주도해온 전임 대통령이 탄핵됐다. 이후 진행되는 정치적 변화 속에서 6·3 대선을 통해 등장할 새 정부가 전 정부의 외교적 유산을 어떻게 계승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각국의 국내정치적 변동에도 불구하고, 현재 전개되는 글로벌 안보 환경을 고려할 때 한미일 3국의 안보협력 체제는 지속·발전돼야 한다. 지난해 6월, 북한과 러시아는 포괄적전략적동반자관계 조약을 체결하면서, 상호 유사시에 군사적 지원을 한다는 합의를 통해 양국 간 군사동맹 관계를 사실상 부활시켰다. 그리고 지난 4월 말, 러시아군 총참모장 발레리 게라시모프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한 전황 보고를 통해 공개한 것처럼, 이 조약에 따라 북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와 전쟁에 1만 명 이상의 병력을 파견해 쿠르스크 탈환 작전에 투입했다. 북한은 참전 대가로 탄도미사일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나 핵추진잠수함의 기술 이전을 러시아에 요구할 수 있다. 더욱이 우크라이나와 전쟁에 참전 중인 북한 병사들이 귀국할 경우, 진지전 전술뿐만 아니라 현지에서 체득한 드론 등의 첨단무기들을 대남 전술에 적용할 가능성도 크다.

따라서 한국으로서는 북·러 간 군사협력 관계 강화 등 국제 안보 질서의 불확실성 증대가 한반도 안보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들을 분석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방대 국가안보문제연구소가 지난 4월 30일, 미국 국방대(NDU)와 일본의 방위연구소(NIDS) 등 3국 국방교육기관 공동 안보학술회의를 개최한 것은 그러한 문제의식의 연장선에서 이뤄졌다. 이 회의에서 논의된 것처럼, 한미일 3국은 국내정치 변화에도 불구하고 국제 안보 질서의 불확실성 증대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에서 안보협력을 지속해야 한다.

한미일 3국은 북한 비핵화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 확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종전과 같은 공동군사훈련을 지속할 것을 재천명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한·일의 강점을 살려 미국의 재래식 전력을 보강할 수 있는 조선업 분야 협력, 그리고 러시아산 핵연료에 대한 의존을 줄이면서 동시에 한미일 3국의 안정적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한 원자력 분야 협력 등으로 3국간 안보협력의 지평을 넓혀 나갈 필요가 있다.

박영준 국방대 국가안보문제연구소장
박영준 국방대 국가안보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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