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대내외적으로 유례없는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통상전쟁과 북·중·러 밀착이 겹치면서 경제·안보 복합 위기에 처했고, 입법·사법·행정을 모두 장악한 ‘이재명 정권’이 압도적 지지로 탄생하면 삼권분립까지 위협받게 된다. 정파와 이념을 떠나 국가 존망을 걱정해야 할 국면이다. 그런데 국가라는 최고 공동체 수호의 중추가 돼야 할 보수 정치세력은 자멸의 길을 가고 있다. 대통령 후보 등록일을 하루 앞둔 9일에도 국민의힘 후보 단일화를 놓고 김문수·한덕수 두 당사자는 물론 당 지도부까지 뒤엉켜 이전투구를 벌인다. 국민과 보수주의에 대한 배신이나 다름없다.
국민의힘은 8일 오후 열린 김문수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 간의 2차 단일화 회동이 성과 없이 끝난 가운데, 누가 단일 후보로 적합한지를 묻는 여론조사(50%)와 당원 투표(50%)를 진행해 9일 오후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한 후보가 우세할 경우, 11일 소집 예정인 전국위원회에서 후보 교체를 의결하고 등록 절차를 밟겠다는 것이다. 이에 김 후보는 8일 제3자에게 당 후보 지위를 부여하면 안 된다는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김 후보 지지 당협위원장이 제기한 전국위원회와 전당대회 소집 정지 가처분 소송에 대한 법원 판단도 주목된다. 당연히 정치력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놓고 법정 다툼까지 벌일 지경이 됐다는 사실만으로도 국민의힘이 공당인지 의문스럽다.
8일의 공개 단일화 회동도 형식과 내용 모두 황당하기 짝이 없다. 실질 협상은 뒷전이고 ‘쇼’를 자처했기 때문이다. 경선 과정에서 “즉시 한 후보와 단일화 협상을 하겠다”고 했던 김 후보는 한 후보에게 “일단 등록을 한 뒤 단일화 협상을 하자”고 했다. 한 후보는 “당장 결판을 내자”고 맞섰다. 지켜보는 국민이 낯부끄러울 지경이었다.
이런 상황이 하루아침에 빚어진 것은 아니다. 대선에 져도 당내 기득권만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일부 친윤 인사들의 망상, 한동훈만은 안 된다는 윤석열 전 대통령 아집의 그늘 등이 겹쳐 있음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그런 책임은 대선 뒤에 따지고, 지금은 국가와 보수정치를 구하겠다는 진정성이 있는 후보가 ‘솔로몬 재판의 생모’와 같은 심정으로 결단하기를 기대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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