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은 가톨릭교회를 넘어 전 인류의 영적 지도자로 추앙받는다. 제267대 교황에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즉위명 레오 14세)이 8일 선출됐다. 시카고에서 태어난 미국인이지만, 주로 페루에서 사목 활동을 했으며, 페루 국적도 가지고 있다. 미국이 전 세계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탓에 미국 출신 교황을 가급적 회피했던 관행도 깨졌다. 20년간 페루 빈민가에서 활동한 이력이 크게 작용했다. 프란치스코 전임 교황이 개혁을 추진하면서 벌어진 개혁파와 전통파 간 충돌에 ‘다리’ 역할을 할 인물이 필요한 결과라고도 한다. 레오 14세는 개혁파에 가깝지만, 전통도 중시하는 중도 성향으로 알려졌다.
레오 14세가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서 내놓은 첫 메시지는 ‘평화와 대화’였다. 교황은 “평화가 함께 하길”이라고 축복을 내린 뒤 “대화와 만남을 통해 다리를 놓아 평화 속에서 하나의 인류(one people)가 될 수 있게 해 달라”고 했다. “대화하고 다리를 놓고 이 광장처럼 모든 이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 “모든 이를 두 팔 벌려 환영하는 방법을 함께 모색하자”고 거듭 강조했다.
교회의 화합에 대한 호소이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인도·파키스탄의 군사 충돌 등 위태로운 세계에 보내는 평화 메시지이기도 하다. 극단적 분열과 갈등에 시달리는 한국 사회에 주는 울림도 크다. 대화하고 다리를 만들기는커녕 정치적 이익에 몰두해 오히려 국민의 분열을 조장하는 정치인들에게도 교황의 말씀이 무겁게 다가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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