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동문 · 노조 반대에 무산 위기

학생들 오늘 집회 열고 건립 촉구

이념 갈등으로 부산대 내 ‘6·25전쟁 충혼비’가 무산 위기에 놓이자 지역 대학생들이 “호국 영웅을 기리는 데 이념이 왜 나오느냐”며 충혼비 추진에 적극 나서고 있다. 6·25전쟁 전후 ‘폐허 부산 재건의 아버지’라고 불렸던 고 리처드 위트컴 미군 준장과 참전 동문들을 기리는 데 좌우가 있을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부산대 역시 일부 교수단체와 동문·노조 등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건립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부산·울산·경남 지역 대학생들로 구성된 부울경 자유민주대학생연합(자대연)은 9일 부산대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고 충혼비를 계획대로 건립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생들은 “호국영웅을 기리는 데 이념이 왜 존재하냐”며 “후대인 우리는 마땅히 기리고 감사해야 하지만, 일부 세력이 역사와 교육 현장을 이념의 장으로 바꾸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6·25전쟁에서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가 모호하며, 보수 정부가 추진하는 기념비가 ‘부마 민주항쟁’의 성지인 부산대에 들어올 수 없다”는 건립 반대 세력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자대연 관계자는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호국비를 세우는 것은 지금의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분들에 대한 기념과 감사를 드러내는 것”이라며 “부산대 교수회와 민주동문회 등의 건립 반대는 6·25 참전 용사의 헌신과 희생을 완전히 무시하는 역사 부정 행위”라고 밝혔다. 이 단체는 교내에 ‘6·25 호국영웅 추모가 이념 갈등이라는 부산대 교수들, 북한으로 떠나라’는 현수막을 달아 충혼비 건립에 반대하는 교수회와 민주동문회, 노조 등을 비판했다.

앞서 부산대는 오는 6월 캠퍼스 중심부인 부산대 박물관·물리관 사이 ‘새벽뜰’에 충혼비를 세우기로 하고 디자인 선정까지 마쳤다. 하지만 부산대 교수회는 지난달 14일 이사회를 열고 “공론화 없이 추진되는 충혼비가 구성원 사이에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명백하다”며 추모비 건립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여기에 민주동문회, 학내 노조 등이 합세하면서 학내 갈등이 심화됐다.

부산대 측은 “참전용사를 기리는 데 이념은 없다”는 찬성 여론에 힘입어 건립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부산대 관계자는 “지난달 말 부산대 교수회와 총장의 소통을 추진했고, 오는 6∼7월 상설기구인 캠퍼스기획위원회를 다시 열어 건립 장소와 충혼비 크기 등을 재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재희 기자
이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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