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진청 ‘BL3 연구동’ 가동

 

국내첫 식물병원체 다루는 시설

온실·공기 정화·음압 설비 갖춰

안전하게 연구하는 기반 마련돼

 

올해 과수화상병 PCR 실증시험

뿌리썩이선충·감귤황룡병 연구도

국내 최초로 문을 연 농촌진흥청의 ‘생물안전 3등급 고위험 식물병원체 연구시설(BL3·Biosafety Level 3 연구동)’ 내 온실에서 연구원들이 사과나무 유묘(어린 모종)에 화상병균을 접종하고 있다.  농진청 제공
국내 최초로 문을 연 농촌진흥청의 ‘생물안전 3등급 고위험 식물병원체 연구시설(BL3·Biosafety Level 3 연구동)’ 내 온실에서 연구원들이 사과나무 유묘(어린 모종)에 화상병균을 접종하고 있다. 농진청 제공

국내 최초로 문을 연 농촌진흥청의 ‘생물안전 3등급 고위험 식물병원체 연구시설(BL3·Biosafety Level 3 연구동)’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생물안전 등급’은 병원체 등 감염성 물질을 취급하는 실험실 내 위험 요인으로부터 실험 종사자, 실험 환경, 지역사회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주의 수준을 뜻한다. 위해 정도에 따라 BL1부터 BL4까지 4가지로 단계화된다. 국내에 인체나 동물병원체를 다루는 BL3 연구시설은 80여 곳에 이른다. 하지만 식물병원체를 다루는 시설은 이번에 농진청이 만든 ‘고위험 식물병원체 연구동’이 처음이다.

전북 완주에 위치한 BL3 연구동은 2020년 설계를 시작해 2024년 1월 준공했다. 같은 해 10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식물병원체 연구를 위한 BL3 시설로 허가받았다. 총면적 3665㎡로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지어졌다. BL2와 BL3급의 식물재배 온실, 공기 정화시설, 폐수 처리와 음압 시설 등 병원체 유출을 차단하기 위한 첨단 설비들을 갖추고 있다. BL3 연구동이 신축됨으로써 식물병원체의 외부 유출이나 연구자가 위험에 노출되지 않고 안전하게 고위험 식물병원체를 연구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졌다.

‘생물안전 3등급 고위험 식물병원체 연구시설’ 전경.  농진청 제공
‘생물안전 3등급 고위험 식물병원체 연구시설’ 전경. 농진청 제공

BL3 연구동이 본격 가동함에 따라 그동안 병원체 유출 우려로 하지 못했던 과수화상병·포도 피어슨병·감귤 황룡병 등 ‘금지급 식물병원체’의 기초연구와 위험평가 같은 연구를 수행할 수 있게 됐다. 또 외부와 격리된 안전한 실험실에서 방제 물질들을 선별해 실제 식물에 직접 적용하는 방제약제 개발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적으로 식물 병해충 연구를 위한 BL3 시설의 중요성은 높아지고 있다. 국제식물보호협약(IPPC·International Plant Protection Convention)은 BL3급의 식물검역 방제 시설을 갖추도록 권장하고 있다. 미국 농무부(USDA) 산하의 APHIS(Animal and Plant Health Inspection Services)는 작물 병해충 관리 목적으로 농산물 검역을 총괄 관리하면서 미국 전역에서 20개 이상의 BL3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유럽 각국과 일본,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도 BL3 시설을 구축해 식물 병리학 연구와 유전자 변형 작물 연구에 활용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라 식물 병해충은 증가하고 이에 따라 새로운 병해충 발생으로 인한 피해도 커지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병해충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연간 2200억 달러(약 309조 원)로 추정된다. 특히 농산물 교역 증가로 식물 병해충 문제는 글로벌화하고 있다. 국내에 유입될 경우 큰 피해가 예상되는 BL3급 식물 병해충은 72종에 달한다. 이들 병해충 유입 시 BL3 연구동은 유용하게 활용될 전망이다.

2015년 국내에 유입된 과수화상병이 대표적이다. 현재까지 6개 도, 37개 시군, 2351농가 1250ha에 발생한 화상병의 확산세는 다소 수그러들었지만 여전히 농가에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방제를 위한 비용이 급증하고 생산량 감소에 따른 국내 과수산업 위축도 우려된다.

농진청은 2020년부터 2024년에 걸쳐 문제가 되는 병해충 대응을 위해 ‘과수화상병문제병해충연구단’을 운영하면서 과수화상병 예측정보 시스템 개선, 과수화상병 전문가 상담 앱 개발 등 많은 성과를 냈다. 이를 바탕으로 2025년부터 2단계 사업이 추진되는데 이번에 구축된 BL3 연구동이 과수화상병과 뿌리썩이선충 등 문제 병해충 연구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올해 BL3 연구동에서는 과수화상병의 궤양 종류에 따른 실시간 유전자증폭검사(PCR) 실증시험, 재배 시기별 방제약제 약효 및 체계처리 방법, 박테리오 파지 및 미생물 제제의 화상병 방제 약효 시험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또 포도 피어슨병의 기주식물(기생 식물의 숙주가 되는 식물) 증식과 병원균 진단법 최적화, 뿌리썩이선충의 생리·생태 특성 분석 및 방제 기술개발 과제도 수행된다. 기존에는 병해충의 유출 우려로 연구에 많은 제약이 따랐지만 안전시설이 확보된 BL3 연구동에서는 우수한 성과가 많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이상만 국립농업과학원 농산물안전성부 부장은 “기후변화와 재배 환경 변화로 작물 병해충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며 “BL3 연구동 등 시설·연구 인력의 효율적인 활용과 산·학·관·연 네트워크 강화로 선제적이고 능동적인 식물 병해충 대응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박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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