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주통일연대 워싱턴DC 포럼

 

한인 1·2 세대와 전문가 모여

통일 위한 한미동맹 의미 논의

 

“北 장마당서 K콘텐츠 등 유통

사실상 주민 사상통제 어려워

北비핵화 이끄는 길은 통일 뿐

韓·美, 새로운 접근수단 필요“

3일 미국 워싱턴 DC 의회의사당 앞에 ‘위기 속의 기회 - 한미동맹을 통한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한국 실현’ 포럼 참가자들이 모여 있다.
글로벌피스재단 제공
3일 미국 워싱턴 DC 의회의사당 앞에 ‘위기 속의 기회 - 한미동맹을 통한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한국 실현’ 포럼 참가자들이 모여 있다. 글로벌피스재단 제공

“한반도 통일! 코리안드림 파이팅!”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의회의사당 한 강당에서 한국어가 우렁차게 울려퍼졌다. 이날 이곳에선 한국을 가슴에 품고 사는 한인 1세대와 2세대 교민들이 전문가들과 나란히 앉아 한반도의 평화통일과 한미동맹의 의미를 논의했다. ‘미주통일연대 워싱턴DC’ 주최로 열린 ‘위기 속의 기회 - 한미동맹을 통한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한국 실현’ 포럼이 그 무대가 됐다.

이날 참석자들은 분단에서 비롯된 남북 갈등과 지역 긴장이란 위기를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어떻게 기회로 전환할 수 있을지 의견을 나누고 대안을 모색했다. 기조연설을 맡은 서인택 통일을실천하는사람들 공동상임의장은 “한국에서는 통일을 옛이야기라고 치부하지만, 지금이야말로 통일을 해야 하는 적기”라며 “광복 80주년을 맞는 올해 남북한 모두가 통일을 향한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장마당이 배급경제를 대체하고 K-드라마가 보급되면서 주민들의 사상통제가 어려워졌고, 유일하게 북한 체제를 지탱하는 건 공포정치”라며 “이는 주민 반발을 필연적으로 불러일으키기에 북한은 체제 종말기에 다다랐다”고 진단했다. 서 공동상임의장은 “일제에 저항해서 벌어진 3·1운동은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수립했는데, 즉 새로운 국가 건설이 목표였다”며 “이제는 한민족 통일을 통해 세계 인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수 있도록 시민 중심으로 제2의 3·1운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공동상임의장과 함께 기조연설을 맡은 인물은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미국 국무부 국제형사사법대사를 지낸 모스 탄 미국 리버티대 교수였다. 그는 “한반도 통일은 곧 인권과 정의 등 세계가 봉착해 있는 여러 난관을 돌파할 수 있는 모멘텀”이라며 그 주축으로 한미동맹의 역할을 강조했다. “현재 K-팝과 K-드라마를 비롯해 미국과 한국 사이의 문화적 교류가 지금까지의 역사 중에서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동맹 우호관계는 앞으로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탄 교수는 “중국과 러시아 간 연대가 계속해서 강해지는 만큼 미래 한반도 통일도 한미동맹에 기반해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형사사법대사로서 전 세계의 대량학살과 전쟁범죄 문제를 다뤄왔던 탄 교수는 북한의 인권 문제를 해결할 열쇠도 통일이라고 역설했다.

서인택 통일을실천하는사람들 공동상임의장이 ‘위기 속의 기회 - 한미동맹을 통한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한국 실현’ 포럼에서 한반도 통일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글로벌피스재단 제공
서인택 통일을실천하는사람들 공동상임의장이 ‘위기 속의 기회 - 한미동맹을 통한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한국 실현’ 포럼에서 한반도 통일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글로벌피스재단 제공

아시아태평양전략센터(CAPS) 부대표인 데이비드 맥스웰 예비역 대령도 북한을 비핵화로 이끌 수 있는 길은 통일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김정은은 결코 협상 같은 수단으로는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그것이 지난 40년 동안 미국과 한국이 북한 비핵화에 실패한 이유”라고 단언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한국을 주적으로 선언하며 평화통일을 명시적으로 포기한 만큼, 인권을 앞세우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맥스웰 대령의 진단이다. 그는 “1776년 미국 독립선언서에서 시작된 통일 정신은 1919년 한국의 독립선언서에도 영향을 미쳤고 오늘날 코리안 드림으로 이어진다”며 “이러한 선순환은 통일 대한민국을 이룰 때 비로소 완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 인권 운동을 30년째 이어오고 있는 미국 디펜스포럼재단의 수잰 숄티 대표는 한반도 통일을 통해 북한 주민들을 구조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북한 정권의 치명적인 약점은 인권 문제로, 주민들이 바깥세상과 자신의 현실을 비교하기 시작하면 북한은 안에서부터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숄티 대표는 이어 “그동안 북한 문제를 다룰 때 인권은 부차적인 문제로 다뤄졌지만, 그 결과 북한은 현재 대량파괴무기와 핵·생화학무기 등 세계 평화에 더 큰 위협으로 자리했다”며 “남한 주민들이 누리는 자유와 인권을 북한 주민들도 똑같이 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포럼에서 참석자들은 한반도 통일의 방법으로 ‘풀뿌리 통일운동’을 제안했다. 지난 2011년 문현진 글로벌피스재단 의장이 ‘홍익인간 정신에 기초해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통일된 새로운 국가 실현’이란 ‘코리안드림’ 비전을 제시하면서 시작된 개념이다. 이 운동은 ‘코리안 드림 1000만 시민조직위원회’ 출범 등으로도 결실을 맺고 있다. ‘분단 4세대가 지나면 분단 현실에 대한 관점 변화로 통일이 어려워진다’는 우려에서 출발한 시민조직위 출범식은 2022년 8월 일산 킨텍스에서 약 2만 명이 모여 성황리에 열렸다.

광복 80주년을 맞는 오는 8월 15일 이들 단체는 서울 한강에서 국내 최초·최대 규모인 5000대의 드론을 띄우는 드론쇼 ‘십시일반’ 행사도 진행한다. 서 공동상임의장은 “이번 포럼을 통해 미국에 있는 한국 교민들에게 코리안드림 비전을 독려할 수 있어서 큰 의미가 있었다”며 “한국이 건국 이래 가장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는데 한반도 통일은 저출생·양극화·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는 전환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비전을 최대한 널리 알려 사람들이 통일의 필요성을 공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노지운 기자
노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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