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어렵사리 출범한 이후 지난 3년여 동안 국민의힘은 ‘날개 없는 추락’을 계속해왔다. 특히 김문수 후보가 선출된 지난 3일 이후 이전투구는 더 이상 추락할 수도 없는 밑바닥까지 떨어졌음을 보여주었다. 권영세·권성동 등 당 지도부가 주도한 후보 교체 시도는 정당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범죄에 해당하는 일이었다. 지난 10일 당원들에 의한 ‘한덕수 후보 부결’ 결정은 그런 지도부에 대한 전면 퇴출 요구나 다름없다. 화급한 대선 득표 전략과 병행해 보수 정치 대혁신에 나서야 할 때다. 그런 진정성을 인정받으면 지지층 재결집은 물론 중도 확장 길도 열린다는 점에서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사퇴하고 후임에 내정된 김용태(35) 의원은 12일 “국민께서 놀라실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했고, 김문수 후보는 “청년의 에너지를 받아 당을 개혁하고 구태를 청산하겠다”고 밝혔다. 일단 방향은 제대로 잡았지만, 실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을 통합해 임박한 선거를 치러야 하고, 동시에 당내 기득권과 구태를 청산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12·3 비상계엄, 4·4 윤석열 대통령 파면에 이은 ‘5·10 대선 후보 교체 시도’만으로도 공당(公黨)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지경이 됐다. 중도층은 물론 기존 지지층마저 등을 돌리고 있다. 사즉생의 각오로 모든 것을 바꾸고, 그런 진정성이 국민으로부터 인정 받아야 일말의 희망이라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후보 교체 시도의 주요 책임자들에 대한 단호한 조치가 불가피하다. 선당후사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스스로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는 게 옳다. 그런데 ‘대선 패배를 전제로 한 당권 장악’ 구상이 나돈다. 10일 새벽 2시30분 김 후보 선출을 취소하고, 3시부터 4시까지 후보 등록을 받고, 그 시간에 한덕수 후보만 32가지 서류를 제출했다. 조직적 ‘정치 공작’이 의심될 정도다. 당규에는 후보 접수가 오전 9시에서 오후 5시로 규정돼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그림자도 어른거린다. 윤 전 대통령은 스스로 해명하고 탈당하는 것이 마지막으로 보수 정치를 위하는 길이다. 선거일까지는 물론 그 뒤에도 파란만장한 변화가 예상되지만, 가장 중요한 과제는 보수 정당의 환골탈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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