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 감찰조사 결과 발표

 

자녀 결혼식때 운전기사 요구 등

軍 각종 사건사고 기강해이 지적

육군은 군인권센터의 폭로로 비서실 근무자에 대한 갑질 논란이 제기된 박정택(사진·육군 중장) 수도군단장을 12일 직무에서 배제하고 징계절차에 착수했다. 12·3 비상계엄 여파로 사기가 곤두박질친 군이 공군의 민가 오폭사고 등 각종 사건·사고에 이어 군단장 갑질 의혹에까지 휘말리면서 군의 기강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육군은 이날 “감찰조사 결과, 부적절한 사안을 확인해 12일부로 직무정지를 위한 분리파견을 조치했고, 법과 규정에 따라 엄정하게 후속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군단장은 일단 보직해임이 아닌 직무배제 차원에서 수도방위사령부에 마련된 분리공간으로 출근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군인권센터는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수도군단장 비서실 근무자들 제보를 토대로 박 군단장이 지난 1년여간 갑질을 해왔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박 군단장은 지난해 3월 비서실 근무자에게 “너희 사모님이 무릎이 안 좋아서 운동해야 하니 좀 알아오라”며 수영장의 아쿠아로빅 과정 접수 방법을 확인하고 대리 신청을 하도록 했다. 당시 직원은 선착순 접수를 위해 오전 4시부터 수영장 밖에서 대기해야 했다. 자녀 결혼식 때는 메이크업숍과 예식장 간의 운전기사 역할 수행을 요구했다고 한다.

또 중고거래 대행, 반려동물 밥 챙겨주기, 야구·농구·하키와 같은 프로 스포츠 경기 VIP 티켓 구해오기, 관사 화단에 심겨 있는 감 따기, 화단 가꾸기, 심지어는 관사 위 지붕에서 우는 고양이가 시끄럽다며 포획해 처리할 것을 요구하는 등 사실상 하인처럼 간부들을 부려 먹었다고 폭로했다. 군인권센터는 “2017년 ‘박찬주 대장 공관병 갑질 사건’ 이후로도 군 내 갑질이 근절되지 않았다”며 박 군단장 보직 해임을 요구했다.

육군본부 감찰조사팀이 현장조사를 실시한 결과, 비서실 근무자가 군인권센터에 제보한 내용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육군 관계자는 박 군단장에 대해 “직무배제와 함께 추가로 제보내용에 대한 현장조사를 진행, 조사 결과에 따라 적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충신 선임기자
정충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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