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훈 논설위원

 

盧 “정치도 후보도 법 위에 없어”

李, 대법원에 ‘대선 개입’ 총공세

대선 後 판결했어도 불복 불보듯

 

애초 조기 대선은 李 방탄 전략

사법 무력화 입법도 예고된 수순

국민이 ‘법 아래’로 심판할 수도

현직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를 불과 3개월여 앞둔 시점에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를 검찰에 고소했다. 그것도 반대편 야당 소속이었다. 국세청과 국가정보원이 그 후보의 재산과 납세 기록 등을 조회했다고 알려진 게 시발이었다. 후보의 재산을 둘러싼 의혹은 경선 때부터 커다란 쟁점이었다. 후보는 “권력 중심 세력에서 강압적으로 지시하고 있다”면서 ‘청와대 정치공작’이라고 몰아붙였다. 이에 대통령 비서실장이 “불법·비리 첩보에 따른 조사는 국가기관의 당연한 책무다. 기관들이 스스로 판단한 정당하고 정상적인 업무”라고 반박했다. 그래도 반발이 커지자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선거에 영향이 있다고 해서 범법 행위를 용납하라는 게 무슨 논리냐. 정치가 법 위에 있지 않고, 따라서 후보도 법 위에 있지 않고, 선거도 법 위에 있지 않다. 선거전략은 정정당당해야 한다.” 역풍을 우려해 여당이 말렸지만, “원칙 있는 승리라야 가치 있는 승리”라고 잘랐다. 그 대통령은 노무현, 후보는 이명박, 비서실장은 문재인 때다. 시위대가 막아서자 ‘대통령직 못 해먹겠다’고 했던 노무현은 정치 중립 위반 결정에 “그놈의 헌법”이라고 할 정도로 신심의 법치주의자는 아니었으나 정도(程度)는 지키려 했다. 다른 건 몰라도 이 말엔 동의한다. “의도하지 않았던 오류에 대해 죽음으로 책임진 사람”(유시민)이지 않았나.

그 ‘흙수저’ 출신 대통령의 계보를 잇겠다고 나선 이가 ‘무수저’라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다. 하지만 그 계보는 아닌 듯하다. 넘지 말아야 할 레드라인이 없어 보여서다.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을 선고한 이후 명확해졌다. 파장이 크겠지만 대선 전에 선고해 선거법 재판의 신속 원칙을 지키려는 사법 정상화, ‘선거인의 알 권리와 선거권 보장’(판결문)은 철저히 무시됐다. 오로지 ‘정치적 대선 개입’이란 논리뿐이다. 기소 이후 3심까지 2년 8개월이 걸린 책임에도 모르쇠다. 되묻고 싶다. 만약 대법원이 대선 후에, 혹여 이 후보가 당선된 뒤 파기환송 선고를 내렸으면 승복했겠나. 대법원이 재심에서 피선거권 박탈형을 선고한다면 순순히 물러나려 하겠나. 아닐 것이다. 지금 광풍처럼 휘몰아쳐대는 수위와 행태로 봐선 더한 불복 운동을 전개할 것이다.

그것도 아니다. 대법원 판결 자체가 없을 것이다. 빛의 속도로 ‘입법 방탄’을 칠 게 분명하다. 그게 원래 이 후보 진영의 구상이었지 않은가. 지난 4년간 5개 재판을 받게 된 과정에서 사법 리스크 탈출이 최대의 생존 과제였던 후보다. 애초 임기 단축·조기 대선론은 진작부터 이 후보 진영에서 거론됐던 방탄 수단이었다. 집권하기만 하면 모든 장애물을 제거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인위적 탄핵 정국 조성이나 개헌 등을 거치지 않고도 복안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해준, 시쳇말로 정치적 횡재나 마찬가지였다. 대법원 판결을 사법 시스템 무력화의 빌미로 삼은 것도 같은 맥락의 전략이다. 이제 대통령이 되면 무죄만 선고할 수 있을 뿐, 어떤 재판도 못 하게 하는 법안들이 본회의 통과만 남겨두고 있다. 어떤 처벌도 할 수 없는 ‘언터처블 이재명’이 된다. 지난 9일 “‘최후의 보루’ 사법부의 총구가 우리를 향해 난사하면 어떻게 되겠나. 고쳐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손보겠단 뜻이다.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열린다는데, 사법부 독립에 직을 건 판사라면 진정 누구를 겨눠야 하겠는가.

통치자의 자의적 지배가 아닌 공정한 규칙에 의한 국가를 도모하는 것이 법치다. 민주주의와 법치가 동행하게 된 과정은 국가 존속의 최적 제도를 찾아내려는 고투의 역사였다. 선출된 권력이라도 전횡을 하지 못하도록 사법 시스템을 독립시킨 삼권분립이 생겨났고, 국민 주권을 빙자한 입헌체제 전복을 막으려 대의민주주의가 안착했다. 여전히 허점이 있지만, 국가 제도가 진화한 동력이 거기 있었다. 법 위의 통치를 시도하는 게 어떻게 나라를 망치는지 지난 6개월간 똑똑히 지켜봤다. 그 덕에 이 후보가 “웃음이 난다”고 했듯이 무혈입성해 집권할 수도 있다. 하지만 또다시 법 위에 있으려 한다면 결말은 매한가지일 것이다. 계엄을 막아냈듯이 국민이 ‘법 아래’로 끌어내릴 것이다. 헌법 어디에도 법 위의 대통령은 없다.

오승훈 논설위원
오승훈 논설위원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4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