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해동의 미국 경제 읽기

미국이 상호관세를 부과한 뒤 처음으로 지난 8일 영국과 무역협상을 타결하는 데 성공하면서 앞으로 열릴 한국과 미국 간의 협상에도 준거틀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12일 상호관세율을 일단 90일간 큰 폭으로 낮추기로 잠정 합의했지만, 미국과 중국과의 협상 타결 내용은 세계 1·2위 무역 대국 간의 특별한 사례이기 때문에 ‘미·중 모델’보다는 ‘미·영 모델’이 앞으로 협상 타결을 해야 할 국가에 시사하는 점이 더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무역협상을 타결한 국가로 영국을 선택한 이유는 분명하다. 영어에 ‘앵글로-아메리칸(Anglo-American)’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영국과 미국은 경제적인 관점에서뿐만 아니라 군사·정치적으로도 매우 가깝고 친숙한 국가다. 미국이 영국과 협상 타결을 통해 다른 나라에 향후 협상에 대한 기본적인 틀을 제시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던 것도 사실로 보인다.

주요 합의 내용을 살펴보면, 영국은 미국에 에탄올, 소고기, 농산물, 기계류 등의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 기업에 약 50억 달러 규모의 수출 기회를 부여하기로 했다. 100억 달러어치 미국 보잉 항공기를 구매하고, 맥주 생산 등에 쓰이는 에탄올에 영국이 부과해온 19% 관세를 폐지하기로 했다. 대신 미국은 철강·알루미늄에 부과한 25% 관세를 영국산 제품에는 면제하기로 했다. 또 연간 10만 대 한도 내에서 영국산 차량에 대해 자동차 관세 25%를 10%로 낮춰주기로 했다. 그러나 다른 모든 영국산 수입품에 매기는 10%의 기본 관세는 그대로 유지된다.

전문가들은 “영국이 소고기·농산물 시장을 내주고, 미국에서 자동차 쿼터(할당량, 관세 10% 조건으로 10만 대)를 받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최근 미국이 영국뿐만 아니라 중국과도 무역 협상에 대한 잠정 타결에 성공함으로써 영국과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과의 협상 타결도 임박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다만, 미국과 다른 많은 국가 간 무역 협상이 타결된다고 해도 과거보다는 세계 교역량이 줄고, 그에 따라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완전히 없애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전쟁의 ‘최종 성적표’는 앞으로도 일정 기간이 지나야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조해동 기자
조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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