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정훈의 월가토크
빅테크 1분기 AI 수익성 입증
투자사이클 연속성 확보 의미
트럼프 ‘규제 예외’ 가능성도
美 관세정책·물가 줄줄이 변수
금리인하 등 유동성 확대 관건


트럼프발(發) 관세 전쟁이 해소될 것이란 기대감이 확산하고 있지만, 뉴욕 증시는 불확실성이 걷히기도 전에 낙관적인 시나리오가 선반영되는 분위기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지난 4월 장중 저점 대비 약 17%가량 반등하면서 상호관세 공표 이전 수준까지 주가 회복을 일궈냈다. 밸류에이션 레벨 역시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기준 현재 21.0배까지 상승하면서 직전 고점인 22.4배에 근접했다. 이에 미 증시가 직전처럼 상승할 것이란 막연한 기대를 품기보다는 눈높이를 낮추는 조정이 필요한 시점으로 판단된다.
◇미·중 관세 전쟁 긴장 완화 모색 = 미국과 중국의 고위급 인사들은 지난 주말 스위스 제네바에서 테이블을 마련하고 무역 협상과 관련된 첫 대화를 개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회담 종료 직후 본인의 SNS를 통해 대화 분위기가 매우 좋았다고 평가했으며, 향후 결과 역시 낙관하는 듯한 메시지를 내놓았다. 이는 실제 양측 간의 긍정적인 협상 기류를 액면 그대로 전달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론 미국의 수뇌부 또한 미·중 양측 간 원만한 합의를 무척이나 바라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 가능하다. 더 이상 강공 대응은 미국 측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현재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적용 중인 145%의 관세율은 양 국가 간의 정상적인 교역 활동을 물리적으로 가로막고 있다. 당연히 고율 관세 적용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곳곳에서 파열음은 발생할 것이고, 이는 코로나19 당시 경험했던 공급망 차질 형태로 글로벌 경제 전반에 압박을 가할 수 있다. 가까스로 진정 기미를 보여왔던 물가가 다시금 높아짐과 동시에 경제 주체들의 소비와 투자는 이전보다 위축되는 ‘스태그플레이션’(경제 침체 속 물가 상승) 내러티브가 부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부분은 소비자심리지수와 기대 인플레이션 등 소프트 데이터들이 크게 악화되는 양상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경제 활동량을 측정하는 하드 데이터들의 경우 아직까지 견조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 증시 상승에 장애물 산적 = 미 증시가 직전 고점 수준까지 상승하기 위해선 새로운 호재성 이슈가 알려져 투자자들의 위험 선호 심리를 재차 자극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기준금리 인하 등과 같은 통화 당국의 유동성 공급 신호도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두 가지 신호가 모두 요원한 상태다. 미·중 무역협상이 시작된 것은 반가운 일이나 결론이 도출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다. 이러한 관세 불확실성이 아직 두텁게 남아 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진정을 예단하기 어렵고, 이에 따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정책 변경에 신중을 기할 공산이 크다고 봐야 할 것이다.
만약 신속했던 주가 반등과 달리 무역협상 전개 과정이 생각보다 더디다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에는 투자자들의 자신감이 한층 위축될 여지가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재까지 실물 경제지표와 기업 실적에 관세 충격은 미치지 않고 있지만 1분기 미국에서 선제적인 수입량 증가가 제공하는 관세정책 방어 효과는 시한부일 수밖에 없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수입 의존도가 이전보다는 크게 낮아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비중은 두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세 자릿수 관세율의 적용은 미국 경제 전반에 적지 않은 상처를 입힐 수 있다.
◇증시 상승 폭 제한될 듯, 대안은 여전히 ‘빅테크’= 시장 변동성 확대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 변화가 나타난 만큼 미·중 양측이 강 대 강 대치를 지속하면서 다시 금융시장을 수렁으로 밀어 넣을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 다만 주가가 이미 상당분 반등한 상황에서 협상 타결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이 잔존함을 고려한다면 이후 주가 상승 폭은 다소 제한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적어도 시장 위험선호 증가에 따른 밸류에이션 멀티플 확대를 기대하기보다는 매크로 관련 소음에도 불구하고 실적 가시성이 부각될 수 있는 경우를 찾아보는 것이 옳겠다.
진부하게 들릴 수 있겠으나, 여전히 높은 펀더멘털 퀄리티와 함께 실적 성장세가 부각되는 곳은 빅테크다. 이번 1분기 실적 시즌을 통해서 빅테크의 이익 체력은 다시금 검증된 바 있고, 최근까지 의심받던 인공지능(AI) 모멘텀 역시 기대치를 웃돌고 있는 것이 재차 확인됐다. 글로벌 다수 기업들이 AI 도입에 적극적임에 따라 이들에게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들은 막대한 자본 지출의 정당성을 점차 확보해 나가는 중이다. 이처럼 AI 수익화가 점차 가시화된다는 것은 AI 투자 사이클 역시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투자자들은 AI 관련 소프트웨어와 플랫폼 업체는 물론 반도체와 같은 AI 인프라 업체에 대한 관심을 지속 견지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들의 밸류에이션 레벨은 이미 과거 평균치를 훌쩍 상회한 인덱스와 달리 여전히 평균 이하 구간에 머물러 있음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경쟁 국가 대비 AI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도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에 관세나 독과점 규제와 관련해서도 이들에 대해선 보다 적극적인 예외 규정을 둘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삼성증권 글로벌주식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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