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문10답 - 트럼프 부활 지시 ‘알카트라즈’의 모든것
샌프란시스코 2.4㎞거리 바위섬
사방 바다… 급한 조류·수온 낮아
살아서는 탈옥할 수 없는 교도소
시카고 ‘밀주 왕’ 알카포네 수감
1960년대 대형 범죄조직 힘잃고
처벌보다 교화 목소리에 폐쇄돼
물자수송 등 비싼 유지비도 한몫
트럼프 “재개장, 법과 정의 상징”
민주 “시대착오적”비판 목소리

워싱턴=민병기 특파원, 황혜진·이종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일 ‘알카트라즈 교도소’의 원래 기능을 되살리겠다고 밝혔다. 60여 년 만에 최악의 흉악범죄자들을 수감했던 기능을 복원하겠다는 취지다. 알카트라즈는 ‘살아서는 탈옥할 수 없는 교도소’로 불릴 정도로 악명이 높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으로 그간 관광지로 역할이 바뀌었던 알카트라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1. 알카트라즈 교도소는
알카트라즈 교도소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약 2.4㎞ 떨어진 바위섬에 위치해 있다. 이 섬의 면적은 약 8만9000㎡로 축구장 12개 크기다. 섬의 이름은 ‘펠리컨의 섬’을 뜻하는 스페인어에서 유래됐다. 1930년대부터 흉악범을 가두는 연방교도소로 이용되다가 1963년 마지막 수용자가 이감되며 교도소의 기능을 다했다. 알카트라즈는 숀 코너리와 니컬러스 케이지 주연의 ‘더 록(The Rock)’ 영화로도 유명하다. 영화 제목인 더 록은 알카트라즈 섬의 별칭이기도 하다. 시체가 발견되지 않아 탈옥 성공 여부가 의문으로 남아있는 사례를 영화화한,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의 ‘알카트라즈 탈출’ 등 수많은 예술 작품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2. 현재 알카트라즈 상황은
1963년 교도소로서의 기능을 다한 뒤 알카트라즈 섬의 활용 방안을 두고 인디언 자치구로의 활용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10여 년간 논란이 일다가, 1972년 정부가 이를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며 50년 넘게 관광지로 활용되고 있다. 관할도 국립공원관리청(NPS)이 하고 있다. 지금은 금문교 등과 함께 대표적인 샌프란시스코의 관광지다. 피어 33 선착장에서 크루즈를 타면 15분 만에 섬에 도착할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 여행을 준비하며 가장 먼저 예약해야 하는 인기 코스이기도 하다. 남아있는 연방 교도소 건물, 미국 서해안에서 가장 오래된 등대, 교도소로 활용되기 전 존재했던 군사 기지 등 역사의 흔적과 함께 바닷새 서식지 등 자연 풍광이 어우러져 한해 100만 명가량이 이 섬을 찾고 있다.
3. 알카트라즈 설립 배경은
원주민들이 채집을 하거나 사냥을 하던 장소였던 알카트라즈가 지금의 모습을 띠게 된 것은 1800년대부터다. 대규모 서부 이주로 샌프란시스코의 도시 규모가 계속 커지자 연방 정부는 이 섬에 육군이 주둔할 군사기지를 짓기로 했다. 샌프란시스코가 한눈에 보이는 환경은 군사 기지로 적격이었다. 남북전쟁 때까지 연방 육군 기지 역할을 하던 알카트라즈는 자연스럽게 군법을 어긴 군인들을 수용하는 군 형무소의 기능이 더해졌고 점차 교도소의 모습을 띠게 됐다. 공식적으로는 1934년 8월 연방교도소로 지정돼 운영되다 1963년 3월 폐쇄됐다.

4. 알카트라즈에 갇혔던 주요 죄수는
알카트라즈는 미국 범죄사에서 악명을 떨친 죄수들이 수감돼 더 큰 주목을 받았다. 1930년대 금주법 시대에 밀주 사업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한 시카고 암흑가의 제왕 ‘알 카포네’가 1934년 알카트라즈에 수감됐다. 그는 7년 반 복역 후 출소했지만 수감 생활 중 악화된 매독에 의한 합병증과 뇌출혈로 48세에 사망했다. 알카트라즈 역사상 가장 오래 투옥된 인물은 ‘앨빈 카피스’였다. 그는 1936년부터 1962년까지 26년간 알카트라즈에 수감됐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내건 ‘공공의 적 1호’로 조직범죄의 상징적 존재로 통하는 인물이다. 이외에도 톰슨 기관단총을 휘두르며 은행을 턴 ‘조지 켈리’와 1950년대 뉴욕 할렘을 지배한 흑인 마피아의 전설 ‘엘스워스 존슨’ 등도 이곳에 수감됐다.
5. 알카트라즈가 탈옥 불가능한 이유는
알카트라즈는 지리적, 구조적으로 탈옥 불가능한 교도소로 평가된다. 사방이 차가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섬인 데다, 둘러싼 바다의 조류가 급하고 수온이 낮아 수영해서 육지에 도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바다에는 백상아리를 비롯한 여러 상어들도 우글대는 환경이다. 시설의 보안 체계도 남달랐다. 360개의 독방과 쇠창살, 수감자 4명당 1명꼴로 배치된 교도관이 24시간 순찰을 돌며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외부에는 해군 요새로 출발한 이력을 바탕으로 철문, 방탄 철망, 감시탑, 자동소총이 설치돼 있어 감시망에서 벗어나는 것 자체도 어려웠다. 수감자 한 명 한 명에 대한 번호식 등록과 일일 검문도 철저히 이뤄졌다.
6. 탈옥 사례는 없나
1963년 알카트라즈가 폐쇄되기까지 총 14번에 걸쳐 36명의 탈옥 시도가 있었다. 이들은 모두 사살되거나 다시 붙잡혔다. 다만 1962년 은행 강도로 복역 중이던 프랭크 리 모리스, 클래런스·존 앵글린 형제는 탈옥 후 사라졌다. 이들은 숟가락과 진공청소기 부품으로 만든 드릴로 습기와 소금기에 약해진 감방의 콘크리트 벽을 파냈고, 벽 뒤의 좁은 공간에 비밀 작업실을 만들어 탈옥에 필요한 물건을 만들었다. 이들은 수감 중 일하며 손에 넣은 석고와 페인트, 이발소에서 모은 머리카락 등으로 머리모형을 만들어 탈옥 직전 침대에 누워있는 것으로 가장한 뒤 사라졌다. 다만 이들도 차디찬 바다를 헤엄쳐 달아나다 익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FBI는 1979년 “탈옥수들이 모두 익사했다”며 수사를 종결했다. 하지만 어딘가에서 숨어 살고 있다는 음모론은 계속되고 있다.

7. 알카트라즈 폐쇄 이유는
1960년대 들어 대형 범죄 조직들이 힘을 잃어 도심 인근 교정 시설의 필요성이 예전보다 줄었을 뿐만 아니라 처벌보다 교화를 주장하는 시민 사회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폐쇄됐다. 시설 운영을 위한 비용 부담이 커진 것도 또 다른 이유였다. 알카트라즈는 섬에 위치해 전기, 식수, 연료, 식자재 등 모든 물자를 본토에서 수송해야 했다. 일반 연방 교도소보다 3배 이상인 100만 달러가 매년 소요됐다. 또 오래된 탓에 보수 비용이 당시 금액으로 수백만 달러로 추산돼 재건보다 새로운 교도소 건설이 합리적이라는 점도 폐쇄 이유가 됐다.
8. 트럼프 대통령의 재개장 주장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트루스 소셜에 “가장 위험한 범죄자들을 주저 없이 교도소에 가두고 그들이 해를 입힐 수 있는 사람들과 멀리 떨어뜨린 (과거 우리가 했던 게) 올바른 방식”이라며 “알카트라즈 재개장은 법과 질서, 정의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알카트라즈 재개장 주장은 범죄 전력이 있는 불법 이민자 추방과 함께 강성 지지층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 추종세력들은 엘살바도르 초대형 교도소인 테러범수용센터(CECOT)를 모범 사례로 지지해왔기 때문이다.
9. 트럼프 대통령 재개장 주장에 대한 평가는
야당인 민주당을 중심으로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며 “또다시 워싱턴 DC 관심 돌리기의 날이 온 것 같다”고 비꼬았다. 스콧 위너 민주당 상원의원은 “세금을 그냥 불태우는 짓”이라고 비판했다. 높은 운영비 때문에 폐쇄된 뒤 관광지로 운영되는 이곳을 교도소로 바꾸는 건 세금 낭비라는 것이다. 샌프란시스코가 지역구인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은 “알카트라즈는 현재 매우 인기 있는 국립공원이자 관광명소”라며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샌프란시스코 민주당 의장 낸시 퉁은 “나라가 강해지는 방법은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알카트라즈가 교도소였던 시대는 이미 오래전에 지나갔다”고 밝혔다.
10. 알카트라즈 재개장 가능성은
재개장을 위해선 천문학적 비용이 필요해 그 가능성이 낮다는 게 중론이다. 미 의회 전문매체 더힐 등은 교도국 자료를 인용해 “알카트라즈 교도소 재개장을 위한 복구와 유지·보수 비용만 최대 500만 달러가 들며, 하루 운영 비용은 다른 연방 교도소의 3배”라고 분석했다. 또 더힐은 범죄 강경 대응에 대한 향수를 넘어 현대의 정의가 무엇을 요구하는지에 대해 위험한 오해를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미 법무부 예산에서 수십억 달러를 삭감할 계획인 상황에서 엄청난 비용이 드는 이 프로젝트를 어떻게 실행에 옮길 수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민병기 특파원, 황혜진 기자, 이종혜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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