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우 경희대 교수·국제정치학
지난 4월 11∼12일, 이틀 동안 진행된 미국과 중국의 마라톤 관세 협상이 의외의 성과를 냈다. 미국이 지난달 2일 책정한 대중(對中) 관세율을 145%에서 30%로, 중국은 125%에서 10%로 각각 115%P씩 낮추기로 합의한 것이다. 협상 기간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SNS 트루스소셜에서 ‘엄청난 진전’을 기대하는 고무적인 메시지를 냈다. 그리고 양국의 합의를 부연한 백악관의 ‘사실 자료’(fact sheet)에서 드러난 대로, 중국이 펜타닐의 북아메리카로 유통을 봉쇄하는 데 합의한 사실이 결정적이었다. 이번 협상에서도 미·중 고위급회담의 단골손님인 왕샤오훙(王小洪) 공안부장 겸 마약방지위원장의 참석이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1기 때부터 미국의 외교 관련 서적을 접한 이들은 중국 문제에서 펜타닐이 차지하는 비중을 잘 안다. 임기 첫해이던 2017년에 그는 이 문제를 중국에 엄중 제기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도 2023년 샌프란시스코 에이펙(APEC) 정상회의에서 중국과 펜타닐 협의체 결성을 도출해 냈다. 트럼프는 취임 직후인 지난 2월 4일 중국에 ‘펜타닐 관세’ 20%P를 추가 적용했다.
4월 2일과 8일에는 펜타닐을 이유로 중국에 유례없는 145% 관세율 적용을 결정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중국의 일관된 비협조적인 태도에 격노한 결과였다.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지적재산권에서부터 2020년 미국과의 1차 무역 합의서까지, 미국과의 약속을 ‘선 합의 후 무시’하는 악습을 반복해 왔다. 미국과의 갈등을 일시적으로 모면하는 데만 급급한 중국의 이런 무성의한 태도에 미국의 인내가 한계를 드러낸 사건이 펜타닐이다.
따라서 트럼프의 고관세 정책의 명분은 다분히 정치적이다. 그러면 펜타닐과 무관한 한국에 미국이 고관세를 책정한 이유는 뭔가. 10%의 보편관세에 상호관세 25%를 추가하는 것은, 1970년부터 우리가 누리는 만성 무역흑자가 결정적이다. 2024년 우리의 대미 흑자는 660억 달러로 일본(630억 달러)보다 많았다. 이에 근거해 미국은 관세로 대가를 치르라는 식으로 압박하는 중이다. 여기엔 동맹도 우방도 없다. 일본, 유럽연합(EU)이 모두 포함된다.
이처럼 미국이 전 세계와 펼치는 관세 전쟁의 동기는 상당히 정치적이다. 우리의 해법도 정치적이어야 하는 이유다. 따라서 미국의 고관세 정책을 냉철하게 진단해야 한다. 정치적인 동기로 채택된 정책은 급조되고 졸속한 속성이 있다. 그래서 현실적이지 못하고 부칙 등으로 조기 수정이 뒤따르는 공통점이 있다.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법을 공포한 지 채 1년도 안 돼 부칙을 채택한 사례를 우리는 목도했다.
우리로서는 전례 없는 고관세 정책이 실현 가능한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트럼프의 발언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파급 영향에 대한 시뮬레이션 분석을 통한 과학적 진단이 필요하다. 그러면서 우리의 레버리지를 모색해야 한다. 트럼프의 마가(MAGA)정책은 미국식 ‘자강론’이다. 제조업의 부활만으로 가능하기에 고관세 정책을 매개로 외국 기업의 제조업 기반을 이식하려 한다. 따라서 미국의 부실한 제조업 회복에 기여할 바를 고민해야 한다. 투자가 능사는 아닌데 이에 매몰 되는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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