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
제21대 대통령 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이 12일 시작되면서 각 후보의 공약들이 쏟아진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및 개혁신당 등 각당의 후보 측은 중앙선관위에 제출한 10대 공약에서 경제를 최우선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이해하기 어려운 이상한 공약과 선심성이 많고, 상호 모순적이거나 실현이 어려운 공약이 즐비하다.
대선에서 양당 구조의 거대한 탑을 무너뜨리겠다는 공약은 이해하기 어렵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현 국회의 양당 구조는 변함이 없다. 빌린 학자금도 갚기 어려운 판에 빚부터 지고 든든하게 출발하자는 공약, 누가 잘못했는지도 모르는데 국가가 교사 소송을 책임지겠다는 공약,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면서 기소권 남용을 통제·강화한다는 공약, 노후 소득을 보장한다면서 일을 더 하라는 정년연장 공약 등 정말 이상한 게 많다.
선심성 공약은 공략 대상별로 다양하게 제시된다. 지역별로 퍼주고 연령대별로도 퍼준다. 어떤 정당은 정책자금 대출금을 탕감해 주고, 대출금 상환은 유예해 주며, 금리가 높아져도 원리금 상환 부담을 덜어 주고, 또 이것도 부족해서 대출 전문 인터넷은행까지 만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정부 예산과 은행 자금은 먼저 갖는 사람이 임자인 세상이 오게 생겼다. 점입가경이다.
인공지능(AI)과 K-컬처 분야에 예산을 집중투자해서 세계를 선도하는 경제 강국을 만든다는 공약은 실천하기 어렵다. AI와 K-컬처 분야의 산업 규모는 우리나라 경제를 세계 최고의 수준으로 만들기엔 아직 작다. 두 분야는 미래 성장동력으로 매우 중요하며 육성 전략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이 두 분야만 육성한다고 우리 경제가 세계를 선도할 정도로 성장하는 건 아니다. 경제 구조는 그렇게 단순하지 아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그리고 수천만 근로자가 각자의 역할을 하면서 성장을 이끈다. 경제 강국을 위해서는 골목 안 소상공인들의 성장과 함께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
더욱이 세계를 선도하는 경제 강국을 만들겠다면서, 상법상 주주 충실의무라는 미명으로 기업인을 끌어내리고, 산업 안전 강화라는 허울 좋은 말로 과실(過失)이 없는 기업인을 처벌하고, 생산성은 계속 떨어지는데 일하는 시간을 줄이는 공약을 하는 것은 모순이다. 공약(公約)이 다 공약(空約)이려니 하면서도 대선 공약의 부조리함에 힘이 빠진다.
대선 후보들이 정말 한국 경제를 성장시키고 풍요로운 사회를 만들고 싶다면 ‘이상한 공약, 선심성 공약, 모순적 공약, 실현 불가능한 공약’을 자신의 공약집에서 들어내야 한다. 경제는 서로 유기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경제 공약은 일관돼야 한다. 입에 달콤한 약보다 몸에 좋은 약이 필요하듯, 듣기 좋은 공약보다 효과적인 공약이 필요하다.
정치인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듯이 수도권 경제와 비수도권 경제가 따로 있는게 아니다. 모든 지역은 서로 연계돼 발전한다. 따라서 교통망의 발전은 지역 발전과 국가 발전의 출발점이다. 각 지역은 교통망을 통해 시장 규모를 확대하고 경쟁력을 키우면서 광역경제권을 형성해야 한다. 이를 추진해 나가는 단위가 기업이다. 기업이 성장해야 일자리가 늘고 소득이 증가한다. 후보들이 성장을 원한다면, 경제 문제를 기업의 관점에서 해결한다는 의식을 가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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