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 상대 손배소 ‘기각’
지열 발전서 ‘물’ 주입으로 지진
당시 공무원 ‘과실’은 인정 안해
고법 “국가 배상·법적책임 없다”
시민 “이해할 수 없는 판결” 반발
지난 2017년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인한 주민들의 손해배상(위자료)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달리, 국가배상 책임이 없다는 판단이 나온 것은 아무리 인위적 지진이라고 하더라도 국가와 공무원의 과실이 없다면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심도 포항 지진이 자연지진이 아니라 2010년부터 국책사업으로 추진된 지열발전사업으로 인해 인위적으로 발생한 이른바 ‘촉발지진’이라는 점은 인정했다. 그럼에도 인재(人災)였다는 것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이 판결은 향후 국책사업 실패로 고통받는 주민들의 정신적 피해에 대한 국가 책임의 중대한 사회적 판단 기준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포항에서는 2017년 11월 15일 규모 5.4 지진과 2018년 2월 11일 규모 4.6 여진 등 총 2번의 큰 지진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막대한 물적 피해와 함께 주민 1명이 숨지고 117명이 다쳤다. 고위험군 600여 명 등 시민 상당수가 여전히 심각한 지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포항 시민들은 2018년 10월 정부를 상대로 “지진으로 트라우마 등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피해 주민 1인당 1000만 원의 위자료 청구 소송을 냈으며 당시 소송 참가 인원은 4만7000여 명이었다. 1심 재판부는 규모 5.4 지진과 2018년 2월 11일 규모 4.6 여진 등 총 2번의 큰 지진 발생 당시 포항에 거주했으면 300만 원, 한 차례만 포항에 있었으면 200만 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는 정부가 지열발전사업 과정에서 물 주입으로 인해 촉발된 지진은 타당하지만 공무원들과 관계자 등의 과실을 입증하기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어 항소심 재판부는 “지진에 관해서는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는 것 같고 우리 재판부 판단이 100% 옳다고 확신하지는 않는다”며 “아직 대법원 판단이 남아 있기 때문에 확정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포항 주민들은 1심에서 승소하자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를 중심으로 소송인단 모집에 나섰다. 현재 총 49만9881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는 2017년 11월 기준 포항시 인구 51만9581명의 96.2%에 이른다. 원심이 확정되면 정부 배상액은 최대 약 1조5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항소심 재판부가 정신적 손해배상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리면서 포항 시민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 관계자는 “정부와 사업주관사의 잘못으로 촉발지진을 유발하고 주민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혔는데도 이러한 판결이 내려진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상고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포항시 역시 입장문을 내고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시민 상식과 법 감정에서 크게 벗어난 결정”이라고 규탄했다.
박천학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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