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 유화정책 등 성과
에르도안 정치적 입지 강화
튀르키예 내 독립국가 수립을 요구하던 쿠르드족 분리주의 무장단체 ‘쿠르드노동자당’(PKK)이 설립 47년 만에 조직을 해체하고 무력 투쟁을 끝내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사실상 종신 집권을 추진하며 ‘21세기 술탄’으로 군림하고 있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더 탄탄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2일 튀르키예 국영 TRT하베르방송, 친쿠르드 매체 ANF통신 등에 따르면 PKK는 이날 성명에서 “PKK의 투쟁은 우리 민족(쿠르드족)에 대한 말살 정책을 무너뜨리고, 민주적 정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계까지 올려놓았다”며 “PKK의 조직구조를 해체하고 무력투쟁을 끝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PKK 해체 과정을 설립자인 압둘라 외잘란이 관리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쿠르드족은 튀르키예 인구 8700만 명 중 약 20%를 차지한다.
PKK의 이번 결정은 쿠르드족 무장세력들과 화해를 추구해온 튀르키예 범여권과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치적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10월 튀르키예 집권 정의개발당(AKP)과 연대하는 민족주의행동당(MHP)은 사형을 선고받은 상태인 외잘란에게 그가 조직을 버리고 폭력을 멈추겠다고 약속하면 사면할 수 있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내놨다. 이에 외잘란은 올해 2월 “모든 단체는 무기를 내려놓고 PKK는 스스로 해산해야 한다”고 촉구했고, 3월에는 PKK와 튀르키예 정부 간의 휴전도 성사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PKK 해체 발표 직후 “우리는 ‘테러 없는 튀르키예’라는 목표를 향해 확고한 발걸음을 내디뎠다”며 “테러조직이 무기를 버리겠다고 발표함으로써 새 시대의 문이 열리게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그는 PKK가 활동해온 이라크 북부, 시리아, 유럽 등 모든 지역에 이번 해체 선언의 영향이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며 “더 포괄적인 성명이 며칠 내로 발표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1978년 사회주의 이념을 기반으로 설립된 PKK는 쿠르드족 밀집 거주 지역인 튀르키예 동남부에 독립국가 수립 또는 자치권을 요구하며 시리아와 이라크 북부를 근거지로 무장투쟁을 벌여 왔다. 지금까지 무력 충돌로 4만 명 넘게 사망했다. 튀르키예와 미국·유럽연합(EU) 등은 PKK를 테러단체로 지정한 바 있다.
박상훈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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