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현직 대통령家 대리전 팽팽
마르코스 대통령측 상원 6석
두테르테 진영선 5석 가져가
ICC수감 두테르테는 시장 당선
정치적 혼란·암투 당분간 지속

투표전 교회 찾은 마르코스 모자
필리핀 정치를 좌지우지해온 마르코스 가문과 두테르테 가문 간 대리전으로 평가받는 필리핀 중간선거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 측이 팽팽한 접전 끝에 우위를 점했다. 하지만 국제형사재판소(ICC) 구치소에 수감된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압도적 표차로 다바오시 시장에 당선되는 등 만만치 않은 전력을 보였다. 이에 따라 마르코스 대통령과 두테르테 전 대통령 가문 간 암투가 당분간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12일 필리핀 선거관리위원회(Comelec)의 비공식 발표에 따르면, 상원 12석 중 마르코스 대통령 진영(APB·Alyansa Para sa Bagong Pilipinas) 측 의원이 6석, 두테르테 진영(PDP 및 연합세력) 측 의원이 5석, 양측 모두와 연계된 후보가 1석을 차지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의 집권 필리핀연방당(PFP)은 라카스, 국민통일당(NUP), 민족주의인민연합(NPC), 국민당 등과 ‘새로운 필리핀을 위한 동맹’을 맺었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소속된 필리핀민주당(PDP라반)은 민주적 개혁을 위한 당 및 대혈맹 연방주의당과 손을 잡았다. 이날 약 6만8000명의 유권자는 총 상원의석(24석)의 절반인 12석, 하원의원 317석 전체, 그리고 각 지방자치단체 단체장과 의원 등 총 1만8000여 명을 선출했다.
이번 선거는 최근 격해지고 있던 북부 마닐라를 중심으로 한 마르코스 대통령과 남부 다바오시를 기반으로 한 두테르테 전 대통령 세력 간 충돌의 결정판으로 주목받고 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2022년 대선에서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딸인 사라와 러닝메이트로 나와 당선됐다. 하지만 당선 이후 마르코스 대통령이 두테르테 전 대통령 가문과 거리를 두기 시작하면서 두 가문은 갈라섰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친중 노선에서 벗어나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 군사 동맹을 크게 강화하고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에서 중국과 정면으로 맞선 것이다. 갈등 격화 속에 사라 부통령은 지난해 11월 자신을 겨냥한 암살 계획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자신이 암살되면 마르코스 대통령과 가족 등을 죽이라고 경호원에게 지시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마약과의 전쟁’ 과정에서 반인도적 살상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는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ICC 체포를 허가했다. 하원에서 탄핵된 사라 부통령은 이번 선거 후 구성되는 상원의 3분의 2인 16명이 탄핵안에 찬성하면 파면된다.
이번 선거를 통해 상·하원에서는 마르코스 대통령의 영향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이지만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다바오 시장에 당선되는 등 건재함을 과시해 정치적 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85%의 압도적인 득표율을 기록해 당선이 확실하다고 전했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막내아들 서배스천은 다바오 부시장 선거에서 개표 결과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하원의원인 장남 파올로도 연임이 확실한 상태다.
정지연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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