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사카 ATC부두에서 열린 조선통신사선 입항환영식. 국가유산청 제공
13일 오사카 ATC부두에서 열린 조선통신사선 입항환영식. 국가유산청 제공

오사카(일본)=장상민 기자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동쪽 나라로부터(こんにちは こんにちは 東の国から)”

오사카 앞바다에 1970년 개최된 오사카 만국박람회의 주제가 ‘세계의 나라에서 안녕하세요(世界の国からこんにちは)’가 울려퍼졌다. ‘2025 오사카·간사이 만국박람회’(오사카 엑스포) 기간 중 ‘한국의 날’이기도 한 13일, 오사카시 ATC 부두에서 열린 ‘조선통신사선 입항환영식’에서 조선통신사 행렬을 재현한 부산예술단이 태평소, 용고, 나각, 나발, 울라 등의 한국 전통 악기로 평화외교의 의미를 전한 것이다.

조선통신사선의 입항을 환영하며 다카하시 도오루 오사카시 부시장은 “조선통신사는 두 나라를 넘어 문화와 지혜를 존중하고 서로 교류해 온 상징”이라며 환영했다. 또한 “통신사의 역사를 재현하는 시도는 한국과 일본이 오랜 우호를 나누고 미래 지향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데 더할 나위 없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응천 국가유산청장도 “조선통신사선은 한·일 국민의 마음을 잇는 징검다리”라며 “동아시아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외교와 문화 교류를 이뤄낸 상징적인 배”라고 화답했다. 최 청장은 오사카 엑스포 기간에 맞춰 입항한 점을 언급하며 “평화와 존중의 정신을 과거부터 공유해왔다는 메시지를 세계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조선통신사선 입항환영식을 지켜보는 일본 시민들. 국가유산청 제공
조선통신사선 입항환영식을 지켜보는 일본 시민들. 국가유산청 제공

조선통신사는 임진왜란 이후 들어선 일본 에도(江戶) 막부 때인 1607년부터 1811년까지 조선에서 일본으로 12차례 파견된 외교 사절단을 뜻한다. 과거 통신사 행렬이 탔던 배를 재현한 선박이 뱃길을 따라 오사카에 온 건 1763∼1764년 제11차 사행(使行·사신 행차) 이후 약 261년 만이다. 지난 2023년 쓰시마, 2024년 시모노세키에 이어 이번에는 오사카까지 항해했다.

조선통신사선 입항환영식을 보기위해 일본 각지에서 모인 약 250명의 시민들도 감동을 전했다. 도쿄 인근의 소도시 가마쿠라에서부터 신칸센을 타고 섬을 건너 온 츠지야 하루미 씨는 “올해 제 나이가 예순 여섯”이라며 “고등학생 시절 김지하 시인을 만나고 조선통신사에 대한 이야기를 얼핏 들었을 때부터 무척이나 기다려왔다”고 말했다. “인생에서 한국 문화가 없다면 무채색 삶을 살았을 것”이라며 “일본에 선진 문화를 전해주기 시작한 조선통신사는 현재의 내게도 큰 의미를 가진다”고 덧붙였다.

조선통신사선에서 펼쳐진 부산예술단의 대북 공연. 국가유산청 제공
조선통신사선에서 펼쳐진 부산예술단의 대북 공연. 국가유산청 제공

입항 환영식이 종료된 후에는 내빈과 시민들이 조선통신사선에 올라 2층 선상에서 펼쳐지는 공연을 감상했다. 배가 전진할 때 울리는 ‘대북’ 공연을 시작으로 일본 민요인 ‘후루사토’, 한국 민요인 ‘아리랑’, 검무, 화관무 등의 무대가 이어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부산문화재단 등은 오사카 엑스포의 ‘한국의 날’을 맞아 이날 오후 엑스포장 내에서 조선통신사 행렬을 재현한 퍼레이드도 펼친다. 오재환 재단 대표이사가 사신의 우두머리인 정사(正使)로 직접 나서며 국서(國書·왕의 뜻을 적은 문서)를 태운 가마, 취타대, 일본 무사 행렬, 무용단의 행렬을 보여준다. 국립해양유산연구소는 15일까지 오사카에 머무를 예정이다. 오전 10시 30분과 오후 2시 30분 두 차례에 걸쳐 현지 시민들을 초청해 조선통신사선 재현선을 소개하는 ‘선상 박물관’ 행사를 열고 전통 공연도 진행한다. 이후 효고현 다쓰노로 이동한 뒤 25일 오후 시모노세키에서 열리는 귀항 환송식을 마지막으로 부산을 거쳐 연구소가 있는 목포로 복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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