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 방지 매뉴얼, 선관위 앞 농성도

“실체 없다고 확인”…선거 불복 우려

제21대 대통령선거가 27일 앞으로 다가온 7일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시 선거관리위원회 외벽에 대선 투표일과 사전 투표일을 알리는 대형 현수막이 게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제21대 대통령선거가 27일 앞으로 다가온 7일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시 선거관리위원회 외벽에 대선 투표일과 사전 투표일을 알리는 대형 현수막이 게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6·3 대선을 22일 앞둔 지난 12일 선거운동이 시작돼 후보들이 본격 레이스에 돌입한 가운데, 지난 총선에서 제기됐던 ‘부정선거’ 괴담이 또다시 확산하고 있다.

13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일부 강성 보수 성향 네티즌들이 모인 채팅방을 중심으로 부정선거를 막기 위한 매뉴얼 등 문건이 확산하고 있다.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문 앞에서는 매일 부정선거 규탄 집회가 열리는데, 주최 측은 “6·3 전투(21대 대선)에서 고지를 점하자”며 지난달부터 오는 16일까지 24시간 집회를 신고하고 무기한 농성을 예고했다.

과천경찰서 관계자는 “오후 4시부터 7시까지 집중적으로 진행하고, 밤에는 1인 시위 형태로도 이어지고 있다”며 “보통 50명 내외의 인원이 모인다”고 밝혔다. 이들은 부정선거감시단 100만 명 모집을 목표로 홈페이지를 만들고 “이번 대선에서 ‘선거참관인’으로 선정돼 투·개표 전반에서 활약해 부정선거를 방지하자”며 선거 기간 동안 각 지역별 투표소 내외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신고·고발하자는 내용의 매뉴얼을 공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문건엔 ‘사기 선거 시스템 무력화 방안’이라며 사전·당일투표함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그 자리에 두고 교대로 감시할 것, 개표 당일 투표함이 있는 곳에서 사전투표함과 당일투표함 순서로 행정직 공무원과 동네 사람들의 손으로 개표할 것, 현장 사진을 찍어 모바일 메신저로 전송해 결과를 집계할 것 등의 가이드라인이 담겼다. 특히 “우체국을 통해 재외선거인, 관내외 투표에서 부정선거가 일어날 수 있다”며 집배원, 소포원 등 우체국 채용에 응시해 내부로 침투·감시하자는 내용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황교안 전 총리가 조직한 ‘부정선거방지대(부방대)’도 대원들을 모집하고 부정선거론 근거를 알리는 한편 선거 감시 활동에 나섰다. 현재 서울에서 활동하는 인원만 2만여 명에 달한다. 김일권 부방대 서울시 상임위원장은 “다가오는 대선 투표에 현장 참관인, 개표인 등으로 참여해 부정선거를 방지하고, 사전선거함 이동 과정을 직접 따라가 감시하고 부정선거 사례를 취합해 지역구별로 고소·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들의 주장은 상당수가 반박되거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례로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한 변호사는 집회에서 “투표지 분류기는 35명의 후보자가 나와 투표지가 46.9㎝가 넘으면 쓸 수 없다”며 35명의 후보자를 내보내고 사전투표 직전에 사퇴시키자는 주장을 내놨다. 투표지에 쓰이는 항목이 34개를 넘어가는 순간 용지 길이가 46.9㎝보다 길어져 투표지 분류기를 사용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2020년 총선 당시 비례대표 국회의원 투표 용지가 길어지면서 투표지 분류기를 사용하지 못하고 수개표로 분류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현재 후보자 등록절차가 마감돼 더 이상의 후보자를 등록할 수 없다”며 “이번 대선에선 후보자가 7명밖에 없어서 투표지 분류기를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부정선거 논란은 이미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국회에서 실체가 없다고 확인된 사안임에도 전직 대통령과 총리 등이 주도하고 있어 지지자들이 쉽게 포기하지 않고 있다”며 “이들은 대선 결과에도 불복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이는 대의민주주의 국가 기능을 갉아먹는 비생산적 논쟁”이라고 비판했다.

이재희 기자
이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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