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전한 食·醫·藥, 국민건강 일군다

1962년 제정… 47개 조항서 102개로 질적·양적 성장

 

시행 당시 식품위생 의식 낮아

폐용기 통조림, 법위반 첫 사례

 

88올림픽 앞 ‘품질검사’ 의무화

OECD 가입, 글로벌 표준 강조

1998년 업무 전담 식약청 출범

 

아동·수입식품 관련 특별법 등

2000년대엔 ‘소비자 중심’ 강화

오유경(왼쪽 첫 번째)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지난 8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제24회 식품안전의 날 관련 홍보관에서 점자가 표기된 라면을 살펴보고 있다.  식약처 제공
오유경(왼쪽 첫 번째)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지난 8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제24회 식품안전의 날 관련 홍보관에서 점자가 표기된 라면을 살펴보고 있다. 식약처 제공

1962년 1월 20일 제정된 식품위생법은 환갑을 넘는 시간 동안 한국 경제, 국민 관심과 함께 성장했다. 도입 초기 47개 조항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102개 조항으로 구성된 것만 봐도 양적으로도 성장하고 전문·고도화된 것을 알 수 있다. 식품위생법 변천을 살펴보면 한국의 사회 상황과 성장을 모두 엿볼 수 있다. 6·25전쟁을 겪은 직후 국민들은 생계 유지에 급급했고, 식품의식 수준도 낮았다. 먹을 게 부족해 미군 부대의 잔반을 끓여 죽으로 만든 ‘꿀꿀이죽’이 팔리기도 했고, 업자들은 버려진 용기에 음식을 팔기도 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탄생한 식품위생법은 국민들의 식품위생 의식을 올리는 계기가 됐다. 이후 경제 성장을 거치며 전 세계에서 구호물자를 받던 한국이 오히려 K-푸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K-푸드와 함께 식품위생 부문 또한 세계 흐름을 선도하는 모습을 보인다.

◇물자 부족했던 시기 태동한 식품위생법 = 식품위생법이 제정된 후 넉 달 만에 최초로 법 위반 사건이 발생하는데, ‘폐용기 통조림 제조사건’이었다. 당시 업자들은 미군 부대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재사용하는 경우가 흔했는데, 사건을 일으킨 업자들은 미군 부대에서 나온 빈 깡통을 그대로 사용해 꽁치 통조림을 만들다가 적발됐다. 당시 식품위생 수준을 볼 수 있는 사건으로, 당국은 전쟁 이후 재사용 물자 사용 단속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한국은 경제 발전 시기에 식품위생 관리·감독도 국제 수준으로 올리려 했다. 1970년대 들어 정부는 국제기구인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 가입하고 ‘우수식품지정 규정’을 도입하는 등 식품 안전관리 체계를 보강했다. 전쟁 직후 먹거리가 부족했던 시기를 지나 1970년대 들어서는 지금도 국민 간식으로 불리는 새우깡과 바나나우유 등이 시판됐고, 인스턴트커피가 등장했다. 국민들의 먹거리 질이 높아지고 동시에 식품위생에 대한 눈높이도 높아지기 시작했다.

정부는 세계인들이 모이는 1988년 올림픽을 앞두고 식품위생 부문도 강화했다. 1985년 식품위생 수준을 높이기 위해 영업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식품위생법을 1차 전면 개정했다. 개정안에 따라 업자들의 품질검사 의무가 신설됐고 영업자 준수사항이 도입됐다. 또 식품위생단체 제도가 도입됐으며 민간검사기관을 식품위생검사기관으로 지정했다.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하고, 다음 해 정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면서 식품안전 분야에서도 글로벌 표준이 강조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1998년 식품 업무를 전담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을 출범하고 사전예방적 관리체계인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 제도를 도입하며 세계 수준의 식품위생에 근접해졌다.

◇21세기 들어 소비자 중심 정책 변화와 다변화된 시장에 대응 = 2000년대 들어서는 국민 소득이 비약적으로 늘면서 위생에 대한 기대도 높아졌다. 정부는 제도 개선을 강조했는데, 식중독 사고의 신속 대응을 위해 식중독 발생 시 의사 등의 보고의무(2003년) 조항이 신설됐고, 식품안전 실현을 위한 ‘식품 등의 이물 보고제도’ 등도 신설됐다.

소득 증가에 따라 건강식품 시장이 활성화됐는데, 이런 제품들의 안전성과 기능성, 유통질서를 관리할 수 있도록 2002년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도 제정됐으며, 어린이에게 안전하고 영양가 있는 식품을 공급하기 위한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2008년)도 마련됐다. 수입량 증가에 수입식품의 안전관리체계 강화를 위해 만들어진 ‘수입식품안전관리 특별법’(2015년)과 ‘유전자변형식품 표시제도’(2016년) 또한 변화된 시대상을 보여준다.

먹거리 다변화와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대응도 큰 변화다. 당국은 과거 노점이 아닌 푸드트럭이 등장하면서 이에 대한 대응으로 2014년에는 푸드트럭을 이용한 음식조리 판매를 허용해 관련 산업 활성화에 나섰다. 또한 정부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 증가에 맞춰 반려동물 음식점 출입 허용 근거를 만들고 반려동물 동반 출입 음식점의 위생·안전관리 기준 등을 신설하는 내용의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최근 입법 예고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앞으로도 시대적 상황과 경제 사회적 여건에 따라 식품안전과 관련이 적은 규제는 개선하고 국민의 권익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식품 안전관리 체계를 합리적으로 정비하는 등 식품위생법이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철순 기자
정철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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