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상담소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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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 고민

10년 전부터 하던 운동 동호회 단톡방에 제게만 까칠하게 굴고 제가 운동하는 방식이 한심하다는 등 딴지를 거는 사람이 있어요. 얼마 전 저와 말다툼 과정에서 제가 말한 내용이 황당하다면서 캡처해서 전달했다는 사실도 알게 됐어요. 그 한 사람 빼곤 다들 정말 좋은 사람들이어서 친척이나 동창들보다 친하게 느껴져요. 동호회를 나와버리면 좋은 친구들을 못 만나게 되니 안타깝습니다. 동호회에 가서도 그 사람이 한마디 하면 되받아치고픈 마음에 울컥합니다. 직장도 아니고 싫은 사람을 보면서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나 싶은데, 그냥 이 모임을 그만두는 것이 나을까요?

A : 충동적으로 모임 탈퇴 말아야… 거리두기 등 이성적 대처를

▶▶ 솔루션

성인이 돼 마음에 맞는 모임을 새롭게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인데, 그런 모임을 찾아서 잘 지내고 계셨다니 그 자체가 큰 행운입니다. 온라인으로 만나도 ‘시절인연’이 아니라 오랜 친구로 잘 지내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어디든 마음에 드는 사람으로만 구성된 모임은 없습니다. 심지어 가족 안에서도 어떤 사람과는 더 잘 맞고 어떤 사람과는 맞지 않으니까요. 싫은 사람을 보지 않고 사는 건 많은 사람의 소망이지만 실제로 실현 가능한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싫은 사람 탓에 받는 스트레스와 좋은 사람들 덕분에 얻는 기쁨을 비교해 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원래 사람들은 내가 좋아하고 아끼는 사람 때문에 결정하는 것에 대해선 후회를 덜 합니다. 예를 들면 가족과 같이 사느라 직장을 옮긴 경우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받아들입니다. 반면 같이 일하는 사람이 보기 싫어 퇴사하는 등 인생의 어떤 중요한 결정을 싫은 사람 탓에 했을 경우엔 후회하기 쉽습니다. ‘왜 그런 인간 때문에 좋은 기회를 포기했나’ 그런 분노가 더 오래가는 경우도 있으니 신중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안 그래도 싫은 사람인데 그것 때문에 더 많은 것을 잃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흔히 충동성이라고 하면 폭력적이거나 공격적인 경우로 한정해서 생각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충동구매라는 단어에서 보듯 충동성이라는 것은 바로 후회할 행동을 하느냐 마느냐를 뜻합니다. 감정 조절을 못 해 충동적으로 행동해서는 안 됩니다. 만약에 그 사람과의 스트레스가 계속돼서 오히려 뾰족한 말로 그 사람에게 트집을 잡히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나쁜 모습을 보인다면 사실은 조금 거리를 두는 것도 필요하겠지요. 아예 그 모임을 탈퇴하는 등 돌이키기 어려운 결정을 하기 전에 빈도를 조절하거나 그 사람이 주최한 소모임 등을 피하는 방식으로 싫은 내색을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명백한 근거가 없는 부분을 지적하면 아마 자기는 ‘그런 적 없다’ ‘좋은 뜻이었다’ 이렇게 발뺌할 수도 있으니 누가 봐도 공격적인 말이나 행동에 대해 이성적으로 대처하는 게 필요합니다. 그 사람이 내 말을 듣고 고쳐지기를 기대하지 말고, 그 모임에서 내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 그런 노력을 했다는 자체로도 충분히 의미 있습니다.

하주원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홍보이사·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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