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대통령 파면이라는 정치적 전리품을 챙긴 거대 야당(더불어민주당)이 입법독재의 마성(魔性)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야당 대통령 후보(이재명)를 유죄 인정(10 대 2) 취지로 판결한 대법원을 무차별 공격하고 있다.
거대 야당은 대법원이 판결로 대선에 개입했다며 유죄 인정에 찬성한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을 국회로 불러 재판 과정에 대해 심문(청문회)을 하고 탄핵소추 하겠다고 벼른다. 또,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을 수사·기소하는 특별검사법을 발의했다. 나아가 형사재판 중인 피고인이 대통령이 되면 모든 재판을 중단하는 법률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그뿐만 아니라, 법원의 재판을 헌법재판소가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안, 대법관을 현행 14명에서 100명으로 늘리는 법률안이 법사위에 회부됐다. 모두 이재명 후보 1인을 위한 위인(爲人) 입법들이다. 일당독재를 방불케 한다.
그러나 이는 권력분립과 사법권 독립의 헌정 질서를 유린하는 행위이다. 헌법 제11조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선언한다. 누구도 법 위에 설 수 없으며, 특정인의 재판을 겨냥한 법률은 법(法)으로서 자격이 없다. 국회의 입법권은 특정 재판의 과정과 결과를 겨냥해서 행사될 수 없다. 헌법 제103조는 ‘법관은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한다. 특정인에 대한 재판의 결과와 과정을 놓고 법관을 심문하고 수사·기소하겠다는 것이나, 특정인의 재판을 중단하라고 명령하는 법률안은 법관의 심판권을 찬탈하는 위헌적인 행위이다.
지난 1977년 해외로 도피한 중앙정보부장(김형욱)을 처벌하기 위해 법원에 증거조사 없이 궐석재판으로 형을 선고하도록 요구했던 ‘반국가행위자 처벌법’은 1996년에 헌법재판소가 9인 전원일치로 위헌결정(95헌가5)을 내렸다. 사법권의 영역을 침범해 권력분립 원칙 위반이라고 선언한 것이다.
또, 특별검사법안은 대통령의 인사권을 완전히 박탈한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각 1명의 특별검사 후보자를 추천하면, 대통령은 이 중 1명을 임명해야 하고, 임명하지 않으면 연장자가 임명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한다. 대통령의 행정권을 찬탈하는 입법이다. 여당(국민의힘)의 존재는 아예 무시해 버린다.
이에 더해 거야(巨野)는 법률로 헌법상의 사법부 구조를 바꾸려고 한다. 헌법 제101조는 대법원이 사법권을 행사하는 ‘최고법원’임을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대법관을 100명으로 늘리는 것은 대법원의 ‘최고법원성’을 부정하는 입법이다. 또한, 헌법은 대법원과 헌재를 병렬로 놓은 상태에서 헌법재판권을 사법권에서 떼어내 헌재에 맡기고 있다. 그런데 (대)법원의 재판을 헌재가 취소할 수 있게 하면 대법원을 헌재 아래에 두는 것이다. 이는 법률로 헌법의 권력구조를 바꾸는 위헌적 입법이다.
거대 야당이 단독으로 사법권과 행정권을 위헌적으로 찬탈하고 헌법상의 사법부 구조를 임의로 변경하는 것은 의회민주주의가 아니다. 정상적인 입헌(立憲)정치가 아니다. 중한 가치들을 짓밟는 의도적인 헌법 파괴다. 국민의 대의자(代議者)를 자처하는 조직이 마성에 젖어 이성을 잃은 모습을 눈뜨고 보는 것은 헌법학자로서 참으로 괴롭다. 주권자인 국민만이 이를 심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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