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숙 논설위원
트럼프 시대 흔들리는 美 법치
대법원 무시로 삼권분립 위협
‘오르반式 독재’ 모델과 유사
美 닮은 민주당의 사법부 겁박
李 후보는 한국의 트럼프 자임
韓 민주주의 미래 美보다 위험
미국의 정치가 전방위 혼란 상태다. 140개에 달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 행정명령으로 충격파가 점점 커지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외원조 전담기구인 미국국제개발처(USAID)를 해체한 데 이어 보이스 오브 아메리카(VOA) 등 공영방송 지원도 끊었다. 불법 이민자를 갱단 요원으로 몰아 추방하는 과정에서 합법적 이민자가 추방된 것에 대한 대법원의 복귀 판결도 무시한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외교권”이라며 버틴다. 미국이 권위주의 국가로 퇴행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법원의 판결을 뭉개는 것은 삼권분립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법 위에 있음을 과시하는 독재적 행태이기도 하다. 스티븐 레비츠키 하버드대 교수와 루칸 웨이 토론토대 교수는 ‘포린어페어스’ 3·4월호 공동 기고문 ‘미국식 권위주의로 가는 길’에서 ‘앞으로 4년 미국 민주주의가 붕괴될 수 있다’고 했는데 그 예측이 트럼프 대통령 집권 초부터 현실화하는 기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이 강압적 통치 행태를 보이는 경찰국가의 길로 들어섰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론과 대학을 압박하며 사법부 독립성까지 무시하자 학계에선 “미국이 헝가리식 권위주의 체제로 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010년 헝가리 총선에서 피데츠당이 압승하자 빅토르 오르반 총리는 헌법을 개정, 권위주의적 체제로 들어섰다. 예산 삭감을 명분으로 정부 감시 기구를 없앴고 공무원을 해고했다. 대법관 수를 늘리며 자격을 완화하는 식으로 친(親)정부 인사를 대거 사법부에 진입시켰다. 비판 언론은 광고를 끊는 형식으로 고사시켰고, 대학 지원도 대폭 삭감했다.
킴 셰펠 프린스턴대 교수는 헝가리를 “자유민주주의로 위장한 독재국가”로 규정하면서 메리 셸리의 인조 괴물에 대한 소설 ‘프랑켄슈타인’에 비유해 괴물국가(Franken-state)라고 불렀다. 괴물국가에서도 선거는 실시되나 교묘한 선거 제도로 인해 야당은 다수당이 되기 어렵다. 사법부는 친정부 판사로 채워졌고 비판 언론은 없으며 시민단체는 정권의 2중대로 전락한 반자유주의적인(illiberal) 국가인 것이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2020년 대선 패배 후 오르반식 집권에 주목했다. 폭스뉴스 앵커 출신 터커 칼슨은 헝가리를 오가며 오르반 모델을 전파했고, 헝가리의 싱크탱크 다뉴브연구소는 헤리티지재단이 트럼프 2기를 위한 ‘프로젝트 2025’를 만들 때 비충성파 공무원 경질, 비판 미디어 폐쇄, 사법부 장악 노하우를 제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승리 후 오르반 총리를 마러라고 사저로 특별 초대한 배경이기도 하다.
요즘 더불어민주당이 사법부를 겁박하는 행태를 보면 이재명 후보가 당선될 때 한국은 헝가리보다 더한 괴물국가가 될 것 같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 후보에게 불리한 재판 중단을 요구해 대선 이후로 연기시켰고, 조희대 대법원장을 겨냥한 특검법까지 발의했다. 장경태 의원 등은 대법관을 100명으로 늘리고 자격요건을 완화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내놓았는데 오르반식 사법부 장악과 판박이다. 문재인 정부 때 민주당은 언론중재법 개정이란 명분 아래 언론 악법을 밀어붙이려 했고, 시민단체를 정권 2중대로 활용한 전력도 있다.
이 후보는 지난해 말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 때 “어떤 사람들은 저를 한국의 트럼프라고 부른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처럼 수많은 법적 허들을 딛고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자기충족적 예언’으로 비치지만, 최근의 흐름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처럼 법 위에 군림하며 법원을 무시하는 전략을 쓸 가능성이 크다. 170석을 가진 민주당이 조국혁신당 등 군소 야당, 나아가 국민의힘 의원 일부만 회유해도 개헌을 강행할 수 있다.
‘한국의 트럼프’ 이재명 시대가 열리면 대한민국은 미국보다 더 빨리 헝가리식 괴물국가가 될 판이다. 미국은 1776년 독립 후 249년간 민주주의를 지켜왔는데도 레비츠키 교수는 트럼프 4년을 거치며 민주주의가 붕괴될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진짜 걱정해야 할 나라는 해방 80년을 맞은 우리나라다. 민주당의 대선 캐치프레이즈 ‘진짜 대한민국’이 괴물국가로 가는 길을 우아하게 포장한 선언이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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