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이 주도하는 하원에서 전기차·배터리 세액공제를 조기 폐지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가 도입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핵심을 삭제하려는 것이다. 공화당 소속 하원 세입위원장이 12일 발의한 법안은 2032년 말까지 제공키로 한 IRA의 전기차 세액공제를 6년 앞당겨 종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33년까지 예정된 배터리 세액공제도 2029년부터 단계적으로 줄여 2032년에 폐지된다. 미 정부의 약속을 믿고 현지에 투자한 한국 업체엔 날벼락 같은 충격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보조금 폐지를 공언해왔지만, 그 속도와 내용이 예상을 뛰어넘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기차 보조금에 대해 ‘녹색 사기’라고 주장해왔다. 공화당 내부에선 배터리 세액공제 혜택이 한국 기업에 집중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법안의 원안 통과가 미지수라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내년 11월 하원의원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은 물론 지역구에 해당 공장이 있는 공화당 의원들도 반대한다. 지난 3월 공화당 하원 의원 21명은 IRA 세액공제 존치를 요청하는 서한을 지도부에 보내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전쟁까지 벌이며 투자 유치에 공을 들인다. 이런 판에 기존 약속을 일거에 뒤집으면 혼선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일자리 등 미국에도 좋을 게 없다. 중국에 전기차 시장의 패권을 넘겨줄 수도 있다. 한국 정부는 일단 피해를 최대한 줄이도록 미 정부와 공화당에 대한 외교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등 이미 투자한 기업은 예외로 하거나 시한을 연장하고, 보편·품목 관세 인하 요구 등 다각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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