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변압기 대미 수출액 74%↑

4년만에 규모 10배로 늘어나

미국의 중국산 금지 반사이익도

 

업체들 현지 투자·생산력 확대

미국 빅테크(거대기술기업)를 중심으로 한 초거대 인공지능(AI) 경쟁 격화로 데이터센터향(向)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고성능 연산 기능과 대규모 데이터 저장공간을 갖춘 AI 데이터센터는 기존 데이터센터보다 훨씬 많은 전력을 소모한다.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 설비를 공급하는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은 잇달아 대미 수출·투자를 확대하며 미국발 관세 리스크 대응을 본격화하고 있다.

14일 미국 외교·안보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미국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지난해 4GW(기가와트)에서 2030년 84GW로 2100%로 폭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AI 데이터센터는 치열한 AI 경쟁을 펼치고 있는 미국과 중국에 집중돼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 등 미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전 세계 하이퍼스케일급(40㎿ 이상) 데이터센터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도 알리바바·텐센트 등 기업들이 AI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다수의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있다.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데이터센터가 늘면서 변압기·배전반·직류(DC) 전환 시스템 등 전력기기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대한전기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미 변압기 수출액은 14억1600만 달러(약 2조50억 원)로 전년 대비 74.9% 폭증했다. 변압기 수출액은 2020년 1억5000만 달러에 불과했으나, 4년 만에 규모가 10배 가까이로 늘었다. 대한전기협회 관계자는 “AI 호황에 따른 데이터센터의 급성장으로 전력 수요가 늘고, 미·중 갈등에 따른 중국산 제품 수입 금지로 한국산 제품 수요가 늘어난 게 수출 증가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 내 변압기와 전선 등 전력 인프라 대부분은 설치된 지 25년 이상이 지난 노후 설비로, 폭증하는 데이터센터 전력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은 미국의 전력기기 수요에 대응해 현지 생산력을 확충하는 등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LS일렉트릭은 지난달 미국 텍사스주 배스트럽시에서 복합 생산·연구시설 ‘배스트럽 캠퍼스’ 착공에 돌입했다. 올해부터 현지 데이터센터에 납품하는 전력기기를 본격 생산할 계획이다. HD현대일렉트릭도 오는 2028년 준공을 목표로 앨라배마주에 제2공장을 건설 중이고, 효성중공업은 테네시주 변압기 공장 증설을 추진 중이다. 미국의 관세 부과에도 국내 전력기기 3사의 수주 잔고는 지난 1분기에만 2조5000억 원이 늘어 총 23조 원에 이른다.

김호준 기자
김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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