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레이스 선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소득세의 물가연동제 공약을 보완하기 위해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율을 축소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한다. 물가가 올라 임금이 상승해도 면세 기준을 올리지 않겠다는 소극적인 의미이지만, 소득세 면세자 비율이 3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자 일본·호주(15%)의 갑절이 넘는 만큼 환영할 일이다. ‘넓은 세원, 낮은 세율’ 원칙이나 ‘모든 국민은 납세의 의무를 진다’는 국민개세주의(헌법 제38조)에도 부합한다.
문제는 소득세보다 더 중요하고 급한 수술이 절실하다는 점이다. 저출산·고령화와 복지 수요에 맞추기 위해 부가가치세 인상을 더는 미루기 힘들게 됐다. 2023년 기준 소득세가 115.8조 원(세수 비중 34.5%)-법인세 80.4조 원(23.9%)-부가세 73.8조 원(22.0%) 순이다. 지난 10년간 소득세가 169% 급증했고 법인세도 136% 늘어난 반면 부가세는 46% 증가에 그쳤다. 1977년 도입된 이후 48년간 부가세 세율이 10%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 OECD 가입국 평균(19.2%)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부가세는 누진세인 소득세·법인세와 달리 소득 역진적인 것이 문제다. 간접세인 만큼 소득 재분배 기능도 부족하다. 물가를 자극할 수 있어 정부도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복지 수요를 감당하려면 경기에 따라 변동 폭이 큰 소득세·법인세 대신, 보다 안정적인 부가세가 세수의 30%를 넘어야 정상이다. 너무 오래 부가세 인상을 외면하고 과도하게 소득세에 의존하는 바람에 조세 저항도 커진다.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부가세 인상을 꺼냈지만, 결국 좌절됐다. 지난해 세수 부족으로 105조 원의 재정적자를 냈다. OECD도 지속적으로 부가세 인상을 권고하고 있다. 이번 여야의 대선 공약에는 소득세 물가연동제나 공제·감면 확대 등 포퓰리즘 처방만 넘쳐난다. 부가세 인상 없는 복지 확대는 지속 불가능하다. 공허한 땜질식 공약을 넘어 근본적인 세제 개편 청사진을 제시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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