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Focus

 

대법 6 대 3 보수우위 구도 구축

트럼프 형사상 면책특권 인정 등

사법 리스크 해결 재집권에 일조

워싱턴=민병기 특파원

정원 9명, 종신직인 미국 연방대법관을 운 좋게 세 명이나 임명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이 구축한 보수 우위의 연방대법원 덕분에 정치적·법률적으로 큰 이득을 얻었다. 특히 이번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일거에 해소한 판결은 대법관들의 성향대로 6대 3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정책을 내놓거나 불법 소지가 큰 정책을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연방대법원이 체제 수호의 마지막 버팀목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15일 미국 언론과 정치권에 따르면 연방대법관 9명의 성향은 보수 6 대 진보 3으로 갈려 있다. 역대 대법원 사상 정치적으로 가장 기울어진 상태라는 평이 나온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지명한 대법원장 존 로버츠는 그나마 균형추를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외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이 지명한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지명한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과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세 명의 대법관이 보수 성향이다. 진보 성향의 소니아 소토마요르·엘리나 케이건(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지명), 커탄지 브라운 잭슨(조 바이든 전 대통령) 대법관이 소수파다.

이처럼 보수로 확 기운 연방대법관은 주요 결정에서 보수 쪽 손을 많이 들어줬다. 특히 대선을 불과 4개월가량 남겨둔 지난해 7월 대법원의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가도에 결정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대법원은 전직 대통령의 재임 중 공적(official) 행위에 대해 광범위한 형사상 면책 특권을 인정하는 결정을 내렸고, 이는 트럼프 대통령 관련 형사재판 절차를 사실상 중단시켜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제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 4일 의회 연설 때 로버츠 대법원장과 악수하며 “다시 한 번 고맙다. 잊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정 당시 반대 의견을 낸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전직 대통령의 범죄 혐의를 면책하는 것은 대통령직이라는 제도를 개조하는 일”이라며 “권력을 지키기 위해 군사 쿠데타를 조직하는 것도 면책된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가 만든 연방대법원 구도는 지난 2022년 50년간 유지된, 여성의 임신 중단권을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례를 뒤집어 미국 사회를 뒤흔들기도 했다. 공공장소에서 권총을 휴대하는 것에 대해서는 헌법이 보장한 권리라는 판결을, 종교색을 띤 학교에 수업료를 보조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놨다. 미국 사회에서 가장 첨예한 갈등 소재인 낙태, 총기 규제, 정교분리 등 주요 사안에서 모두 보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2기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도 지난 6일 대법원은 트랜스젠더를 군 복무에서 사실상 배제하는 정책을 즉시 시행할 수 있다고 판결하는 등 트럼프 행정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무리한 불법 이민자 추방에 제동을 건 연방법원 판사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급진 좌파 미치광이 판사”라고 비난한 데 대해 로버츠 대법원장이 이례적으로 반박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민병기 특파원
민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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