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컬인사이드 - 스승의날 맞아 메건 셰이퍼 채드윅 국제학교 교장 인터뷰
권위는 권력서 나오는 게 아냐
교권침해 해법도 근본은 ‘신뢰’
교육학 박사 뒤 리더십 자격취득
교사도 계속 배워야 존중 받아
좋은 학교는 풍족한 시설 아닌
‘사랑·안전·소속감’ 전해 줘야

인천=지건태 기자 jus216@munhwa.com
“교사란 직업은 정말 어렵습니다. 누군가 쉽다고 말한다면 그 본질적인 영향력을 과소평가한 것입니다.”
스승의날(5월 15일)을 보름여 앞둔 지난달 30일, 문화일보는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채드윅 국제학교의 메건 셰이퍼 교장을 만났다. 미국·브라질·태국·일본 등 세계 여러 국가의 학교에서 10년 넘게 학생을 가르친 경험이 있는 그에게 ‘좋은 교사’는 어떠해야 하는지 물었다. 그는 “교사의 진정한 힘은 권위가 아닌 신뢰에서 나온다”고 답했다. 셰이퍼 교장은 “우리가 가르치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학생들 역시 더 나은 미래의 꿈을 쉽게 접지 않을 것”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교육이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한 사람의 삶을 바꾸는 숭고한 여정임을 역설하며, 교사 자신도 끊임없는 고민과 성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많은 초보 교사들이 좋은 교사가 되는 법을 묻습니다. 그때마다 ‘저 역시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며 함께 답을 찾자고 손을 내밉니다.”
그는 아이가 주변의 관심 속에서 자라듯 교사 역시 동료들의 지지와 격려가 필요하며, 이것이 교직 생활을 지속하는 데 큰 힘이 된다고 했다. 학생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깊은 공감 능력, 그리고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헌신적인 자세를 그는 교사의 최고 덕목으로 꼽았다.
국제학교 교사로서 이미 실력과 권위를 인정받은 그는 지난해 8월 이곳 채드윅 국제학교의 고등부 교장으로 부임했다. 부모가 모두 교사인 교육자 집안에서 자란 그는 고등학교 때 영어 교사였던 아버지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아버지께서 제게 가르쳐주신 건 배움을 멈추지 않는 태도였습니다. 배움은 평생에 걸친 여정이어야 한다는 그 가르침을 지금도 실천하고 있습니다.”
그는 교단에서 학생을 가르칠 때도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고고학과 생물학 학사·교육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하버드대에서 학교 경영과 리더십 자격증을 받았다.
“훌륭한 학생은 배움에 대한 끈기와 열정이 있습니다. 좋은 교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은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해답을 찾을 것입니다.”

셰이퍼 교장은 학생과 교사 모두는 배움에 대한 공통된 목표를 갖는다며, 서로가 서로를 신뢰하고 존중하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상적인 학교는 어떤 모습일까?
그는 “좋은 학교는 시설이나 자원의 풍족함이 아니라, 그 안에서 ‘사랑’ ‘안전’ ‘지지’ 그리고 ‘소속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셰이퍼 교장이 말하는 좋은 학교는 교실이란 물리적 공간을 넘어선다. 세상 모든 아이들이 본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이 네 가지 가치를 중심으로 학생들이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며 함께 성장하는 공동체 의식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학교는 학생들이 다른 사람을 돕고 공동체에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자연 속으로 나아가도록 격려해야 한다”고 했다.
국제학교 교사로 그가 갖는 또 다른 목표는 학생들이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글로벌 시민역량을 키우는 동시에,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 기여하고 자긍심을 갖도록 이끄는 것이다.
최근 또다시 불거진 한국사회의 교권침해 문제에 대해 셰이퍼 교장은 근본적인 해법으로 ‘신뢰’를 제시했다. “교사의 권위는 단순히 지위나 권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학생, 학부모, 동료교사로부터 얻는 신뢰에 기반합니다.”
그는 “교사들이 가장 큰 지지를 받는다고 느끼는 순간은 단순히 의사결정 권한을 부여받을 때가 아니라, ‘신뢰받고 있다’고 느낄 때”라며, 상호 신뢰 구축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또 “교사가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배우려는 자세를 보이는 것 또한 신뢰를 쌓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셰이퍼 교장은 교육의 본질은 결국 ‘사랑’과 ‘존중’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우리 모두는 우리가 가진 정보와 상황 안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에게 가장 좋은 것을 바란다’는 마음에서 비롯된 행동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학생의 인권이나 교사의 권위만을 논할 것이 아니라 교육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서로를 신뢰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그의 메시지는 스승의날을 맞아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채드윅 국제학교는 … 2010년 9월에 개교해 유아·초등부터 중·고등까지 12학년의 정규 교과과정을 운영한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명문 사학 채드윅스쿨이 직접 학사 관리와 운영을 맡은 첫 번째 해외 캠퍼스로 개교 당시부터 국내 교육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환경과 문화가 다른 43개국 1450여 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인성교육과 전인교육에 중점을 둔 교육철학과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국제학력인증 커리큘럼(IB·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또한 수도권 최초로 교육부 인증을 받은 국제학교로 해외 거주 경험이 없는 내국인 학생(정원의 40%)의 지원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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