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맙습니다 - 스승의 날에 떠오르는 추교수·윤균섭·이재억 선생님

오늘은 스승의 날이다. 선생님 하면 문득 떠오르는 고마운 얼굴이 있다. 그분은 바로 서울 시내 한 고등학교의 추교수 전 교장 선생님과 윤균섭 전 교육인성부장 선생님, 인근 고등학교의 이재억 전 교장 선생님이다.
청소년 흡연 문제는 꽤 오래된 우리 사회의 문제다. 과거 서울의 한 중·고교 밀집지역의 치안 책임자로 근무할 때의 일이다. 담배를 피우는 청소년들을 향한 어른의 훈계가 실랑이 끝에 폭행사건으로 이어졌다. 또 중·고등학교 옆 주택가 골목길 곳곳이 학생들의 ‘흡연 아지트’가 돼 주민들은 집안으로 들어오는 담배 연기 때문에 큰 불편을 겪다 못해 일부 주민은 필자를 찾아와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특히 널브러진 담배꽁초, 가래침, 담뱃갑 등으로 골목길도 지저분했을뿐더러 화재의 위험으로 인해 주민들이 크게 불안해했다. 심지어 담배를 끄라는 주민의 훈계에 차량 파손이나 방화 사건이 일어날 정도로 학생들의 흡연 문제가 심각했다. 더욱이 한 주민은 필자를 찾아와 “화재의 위험 때문에 불안해 밤잠을 설치고 있다”고 거칠게 항의하며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요구하기도 했다.
청소년 흡연의 원인은 다양하다. 겉멋일 수도 있고 호기심일 수도 있다. 하지만 흡연 청소년들을 만나 보면 가족의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한 경우가 많다. 물론 결손가정이나 가정불화가 있다고 모두 흡연을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끼리끼리 모여 흡연을 하는 유혹에 쉽게 노출되는 면이 있다는 의미다. 흡연하는 청소년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해선 안 된다. 하지만 청소년기의 흡연은 성장에 장애가 되는 것은 물론 음주, 약물복용, 심지어 범죄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청소년 흡연에 대해 좀 더 심각하게, 좀 더 깊이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말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실제로 당시 골목길에서 담배를 피우고 떠들다가 또래와 몸싸움을 벌이던 중고생들을 면담한 일이 있었다. 그중 몇 명이 한부모가정 학생이었다. 어머니나 아버지가 직장에 나가고 없기 때문에 집에 가면 늘 혼자가 되는 게 싫었다고 했다. 그래서 친구들과 자주 어울려 담배를 피우고 가끔 술도 마신다고도 말했다. 이런 아이들에겐 진정성이 담긴 따뜻한 사랑과 관심이 필요하다. 그저 안부를 물어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자신이 보살핌을 받는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따뜻한 관심과 사랑, 진실한 말 한마디에 비행 청소년이 아니라 미래를 불안해하고 학업에 고민하는 여느 학생으로 돌아오는 모습을 보기도 한다.
이러한 가운데 당시 관할구역에 위치한 한 고등학교의 추교수 교장 선생님과 인근 고등학교의 이재억 교장 선생님께서 학생들의 흡연 문제 해결에 남다른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주셨다. 특히 윤균섭 교육인성부장 선생님께서는 학생들의 안전한 등·하굣길 지도는 물론 하굣길에 학생들이 후미진 골목길보다 대로변을 이용하도록 이끌었다. 학생들이 담배를 접할 수 있는 통로를 차단한 셈이다. 세 분 선생님의 열정과 노력은 정말 대단하셨다. 다시 말해 큰 역할을 해주셨다. 지금껏 늘 고마운 마음을 간직하고 있다. 더욱이 이재억 교장 선생님께서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등하교 시간에 맞춰 동네를 한 바퀴 돌며 학생들을 직접 지도하는 열성을 보이시기도 했다.
그 결과 당시 필자를 찾아와 목청을 높여 거칠게 항의하며 민원을 제기했던 한 주민은 “이렇게 깨끗해질지 몰랐다”며 크게 고마워했다. 또 흡연 아지트 바로 옆에서 방앗간을 운영하던 한 주민은 “자고 나면 가게 뒤에 담뱃재와 꽁초가 수두룩해 동사무소에다 좀 쓸어 달라고 민원을 넣을 정도였다. 이렇게 깨끗해질지 생각도 못 했다”며 감사함을 전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흡연 아지트’ 주변 주민들이 고질 상습민원 해결을 통해 주민생활 불편과 불안감을 해소한 데 대한 감사함의 표시로 감사패를 전달하기도 했다. 스승의 날을 맞아 이 지면을 빌려서 세 분의 선생님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항상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시길 기원한다.
문영호 112아동청소년사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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