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

6·3 대선을 앞두고 각 당 후보와 정당들이 포퓰리즘적인 정책과 특정지역 개발 공약을 쏟아낸다. 기본소득을 연상케 하는 지역화폐 살포, 정부가 세금으로 농산물을 전액 매수해야 하는 양곡법, 노동 현실을 무시한 주 4.5일 근무제 등 국가경제에 크나큰 부담을 주지만 특정집단에 집중적인 혜택을 주겠다는 공약이 대표적이다. 해양 강국, 특화지구 개발 등 식상한 공약들은 지역에 입맛을 맞췄지만, 국토의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개발이란 관점과는 거리가 멀다.

정부의 수입에도 무책임한 감세 공약이 넘쳐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소득세 물가연동제나 공제·감면 확대를 약속하고 있으며, 면세자 비율을 축소하겠다고 하나 구체적인 대안은 내놓지 않는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역시 법인세와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 등 감세 기조를 분명히 하고 있다. 종합부동산세 개편, 양도소득세 중과세 폐지, 비수도권에 대한 취득세 면제뿐 아니라 소득세도 기본공제를 150만 원에서 300만 원으로 높이고, 70세 이상 경로우대자 공제를 확대하는 등 감세정책을 내세운다. 제 정파가 재정정책의 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 논의는 피한 채 감세정책 내놓기에만 열을 올린다.

이러한 공약들의 재정적인 의미는 명확하다. 이번 기회에 지출은 대폭 확대하고 특정 집단·지역·세력의 소비는 획기적으로 늘리되 그에 따르는 비용은 현세대가 지지 않고 미래세대의 빚으로 떠넘기겠다는 것이다. 이런 공약이 실현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뻔하다. 젊은이들이 어깨에 짊어져야 하는 부담은 더욱 커지고, 이들의 미래에 대한 희망은 사그라질 것이며, 경제도 활력은 사라지고 마이너스 성장과 고령화에서 벗어날 수 없는 수렁에 빠지게 될 것이다.

책임감 있는 정치집단이라면 이러한 상황에 대해 근본적인 고민을 담은 정책과 제도적 대안을 국민에게 제시해야 한다. 지출 공약에 대해서 개별 정책을 통해 특정 집단이 이익을 볼 때 이것이 국가 전체의 이익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 하는 관점에서 엄밀하게 재검토하고, 재정 소요를 정확히 추계해 국민을 설득한 후 공약화해야 할 것이다. 선진국의 경우와 같이 재정전문기관·언론·시민단체 들에 필요 재원 규모 추계를 의뢰하고 공식적으로 검증받은 내용을 발표하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재정 소요에 대응되는 세수입 확보 방안을 찾고 종합적인 세제 개혁안을 제시해야 한다. 지금처럼 부분적인 땜질식 처방으로 접근하면 재정 수입에 큰 영향이 없이 경제 내의 자원 배분을 왜곡하는 현상만 일어나게 된다.

근본적으로 거시경제의 순환 과정 즉 ‘소득 창출, 소비, 자산 축적, 투자 활동’ 중 어느 단계에서 조세 부담을 중점적으로 줄 것인지에 관한 고민과 효율성·형평성·공정성 등 바람직한 조세의 원칙을 고려해야 한다. 또, 현재 어떤 계층이 혜택에 비해 부담이 작은지, 추가적인 부담을 질 수 있는 담세력이 어떤 집단이 큰지에 관한 검토도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중산층이 져야 할 부담은 확대하고 소비에 대한 부가가치세는 늘리되 기업이나 개인의 소득 창출 활동 부담은 줄여나가야 한다. 이런 불편한 진실을 인정하고 개혁을 주도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국가 경영을 할 것으로 믿고 국민이 국정을 맡길 것이다.

이정희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
이정희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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