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오 前 유엔사 군사정전위 수석대표, 예비역 육군 중장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공개한 대선 공약을 보면 대개가 전 정권에 대한 보복에 초점을 두고 있어 실제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정책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특히, 국방 관련 공약은 더욱 그런 의구심을 갖게 한다. 제시된 국방 공약은 크게 세 가지다. 국방부 장관을 민간인으로 보임한다는 것, 국군방첩사령부를 해체해 그 기능을 군사경찰(구 헌병) 등으로 분산시킨다는 것, 각 군 참모총장에 대해 인사청문회를 하겠다는 것이다. 캠프 내 군 출신 등의 의견을 취합했겠지만, 국방의 실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순전히 정치적 판단만으로 내놓은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
첫째, 국방장관의 문민화는 문민정부를 주창한 김영삼 정부를 시작으로 줄곧 선거 때만 되면 후보들이 언급했었지만, 실제로 이행되지는 못했다. 국방장관을 순수 민간인으로 보임하겠다는 발상은 오페라를 잘 아는 사람에게 심포니 오케스트라 지휘를 맡길 수 있다고 하는 것과 다름없다. 물론, 군 출신이 줄곧 국방부의 수장이 돼 왔기 때문에 조직이 더욱 경직되고 폐쇄적이 됐다는 점을 지적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방부란 본성적으로 비밀스러워야 하고 위계질서가 잘 지켜지는 조직이어야 한다. 더군다나 수시로 도발을 일삼는 주적(主敵) 북한을 제지하며 전쟁 억제 임무를 수행해야 할 책임자의 자격으로는 군에 대한 이해력이 단연 최우선이어야 한다. 또한, 국방장관은 대통령의 군 통수권을 수임해 군을 통제하는 두 번째 서열자이다. 군사작전에 무지한 대통령, 비슷한 수준의 장관이 통수권을 행사하는 상황 자체가 적보다 더 큰 위협이 될 것임을 알아야 한다.
둘째, 방첩사를 해체해 그 기능을 다른 부대로 넘기겠다는 것은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것에 비유될 수 있다. 방첩사는 군사비밀을 보호하고 간첩들이 군 조직에 침투하는 것을 방지하며 군 사법경찰, 감찰과 함께 지휘관이 필요로 하는 부대 내 주요 첩보를 수집, 제공한다. 최근에는 방위산업체의 보안 측정과 주기적인 교육, 비밀누설 방지, 예방과 차단 등 국가 경제성장에도 필수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계엄령’과 관련됐다는 이유로 조직을 해체한다면 그것은 자해행위이다.
셋째, 각 군 참모총장을 청문회 대상으로 한다는 것은 군을 철저히 정치화하겠다는 발상이다. 말로는 “군은 절대 중립을 지켜야 한다” “국가와 국민만을 바라봐야 한다”면서, 각 군의 최고위직을 국회에 불러 놓고 업무를 시작하기도 전에 정치인들 입맛대로 길들이겠다는 것으로밖에 이해가 안 된다. 필요하다면 참모총장으로 취임한 이후에 업무보고를 받는 정도가 합리적일 것이다. ‘계엄’이 군의 중요 임무 중 하나인데 그것이 잘못됐다고 하드웨어를 파괴하려 해서는 안 된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운용의 술(術)이며 리더십이다.
12·3 계엄은 모든 국민에게 충격을 줬다. 계엄은 전시나 비상사태 시 국가 혼란을 방지할 목적으로 시행하는 것인데, 단순한 정치적 충돌과 갈등 해소를 위해 이를 발령한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그러나 그 해법이라며 내놓는 공약이 국민을 더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면 이는 확실히 문제가 있다. 국방의 본질은, 특정 정권이 만들어 가는 게 아니라 국민이 만드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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