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李후보 마지막 敵은 자신의 입
말을 수단 삼는 도구적 정치관
생존의 전면화로 자유를 위협
민주당도 다양성 대신 일극화
대법 판결을 사법 쿠데타 주장
민주공화국 토대 파괴할 우려
현재 여론조사상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길 후보는 없다.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기 위해 넘어야 할 마지막 적(敵)이 있다면, ‘그의 입’일 것이다. 잦은 ‘말 바꾸기 논란’에 따른 비호감을 부르는 ‘말하는 입’이 문제다. 결국 ‘먹는 입’도 문제다. 이 후보의 입은 먹는 입과 말하는 입을 구분하지 못하거나 균형을 찾지 못해서 문제가 된다.
이 후보는 자신의 비호감을 감추기 위해 탈이념, 실용주의, 기업 성장, 그리고 중도 보수라는 말을 마구 쏟아냈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것을 단번에 뒤집는 ‘○○라고 했더니 진짜 그런 줄 알더라’란 말이 따라온다. 어쩌다가 ‘입’이 화근이 됐을까? 그 배경의 핵심에는 먹는 입의 목적 달성을 위해 말하는 입을 희생시키거나, 도구(수단)로 삼아도 된다는 ‘도구적 정치관’이 자리한다. 이런 정치관은 인성과 휴머니즘이 부족한 리더십의 위험성을 동반한다.
말하는 입은 인권과 민주주의에 바탕이 되는 ‘공존’과, 먹는 입은 가장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면서 가부장적 독재를 정당화하는 ‘생존’과 관계된다. 먹는 입(생존)을 위해 말하는 입(공존)을 희생시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당연히 여러 사람이 말하는 입에서 나오는 다양성과 민주주의가 축소될 위험성이 크다. 특히, 다양성과 민주주의를 해치는 ‘먹사니즘’ 같은 용어를 마구 사용하면서 그것을 ‘좋은 삶’인 양 ‘잘사니즘’으로까지 칭송하는 오류를 범한다.
2000년대에 유행한 ‘먹고사니즘’이라는 말은 ‘배고픈 소크라테스보다 배부른 돼지가 더 낫다’는 공리주의적 태도에서 왔다. 이 말은, 정치는 엘리트에게 맡기고 생계유지에만 관심을 갖는 소시민적 태도와, 생계유지에 급급해 정치에 무관심한 태도를 비판하는 의미였다. 하지만 이런 부정적인 ‘먹고사니즘’을 이 후보는 긍정적인 ‘먹사니즘’으로 바꿔치기했다.
이런 변경을 어떻게 봐야 할까? 한마디로 ‘이재명식 먹사니즘’은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한 21세기 대한민국이 추구해야 할 미래 사회상과 배치되는 퇴행적인 노선으로 보는 게 적절하다. 다양성 시대에 맞게 ‘개성과 자유를 보장하는 탈물질적인 삶의 질’보다 ‘이밥(쌀밥)에 고깃국을 먹게 해주겠다’는 20세기 김일성의 말처럼, ‘물질적 생존’에 급급하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전통적인 공사(公私) 구분에서 벗어나 생존의 영역이었던 ‘사적인 것’(먹는 입)을 전면에 부각시키고 있다. 이는 다양한 사람의 말하는 입 참여를 보장해서 공론장을 활성화하는 정치의 본령과 대조된다. 말하는 입(공존) 대신 먹는 입(생존)을 전면화하는 것은 생존권 이상으로 공적 영역에서 다뤄야 할 자유 문제를 축소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이런 점에서, 이 후보의 먹사니즘은 ‘정치적 자유 공간의 실종, 생존의 전면화’를 상징한다.
정치 본령에서 벗어난 먹사니즘은 다양한 처지의 여러 사람이 말하는 입으로 표현하는 다양성과 민주주의 대신 ‘이재명 일극체제’에 포획된 민주당과 국회처럼 민주공화국의 공적 영역을 먹는 입으로만 채우겠다는 발상이다. 이는 이재명의 생존을 위해 대법원의 ‘이재명 유죄 취지 파기환송’을 ‘사법 쿠데타’로 보고 삼권분립과 법치주의를 부정하는 시대착오적 행태와 같다.
독일 태생 미국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생존이 정치의 중심을 차지하는 정치 실종 사태를 ‘인간의 조건’에서 비판적으로 다뤘다. 아렌트는 인간의 생물학적 욕구가 충족되는 사적 영역과, 말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공존하는 공적 영역이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춰야 개성과 인간됨이 살아날 수 있다고 본다. 그는 먹는 입의 사적 영역은 ‘동일성의 원리’가, 말하는 입의 공적 영역은 ‘다양성의 원리’가 작동되는 게 마땅한데, 먹는 입이 말하는 입을 침범하면 다양성의 원리가 깨진다고 우려한다.
결국 이재명식 먹사니즘은, 먹는 입이 공론장에 참여하기 위해 수단으로 필요했던 생존의 선을 넘어서 말하는 입으로 침투했다는 것이 문제다. 결국, 먹는 입의 침투는 획일적인 평등을 위해 ‘가부장적인 독재’를 정당화한다는 점에서, 말하는 입이 보장했던 자유에 기초한 민주공화국의 공적 영역을 파괴할 위험성이 크다. 이런 만큼, 이에 대한 견제와 대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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