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2주 남짓 앞으로 다가왔지만, 국민의힘은 역전 계기를 만들긴커녕 정반대 행태를 보인다. 이대로 가면 선거 결과는 사실상 뻔한 만큼 미래 지향적 결단을 통해 유권자에게 기회를 달라고 읍소해야 한다. 그런데 그나마 남아 있는 기회마저 스스로 날려버린다. 가장 화급한 문제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절연이다. 보수 성향 국민과 당내에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이 상당한 것은 사실이지만, 대선 승리는 물론 대선 이후 보수 세력 재편을 위해서도 이젠 결단할 때다. 강성 지지층 불만을 감수하더라도 진정성 있게 사즉생과 육참골단을 결행해야 한다.

국민의힘으로서는 패배할 게 뻔한 선거를 하면서 패배 뒤 밥그릇 싸움의 포석이나 깔 것인지, 제 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견디며 국민에게 진정성을 호소함으로써 희망의 싹을 키울 것인지를 선택해야 할 시점에 봉착했다. 15일 오후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예정대로 취임하게 된다면, 이런 문제에 대한 정리가 최우선 과제다. 김문수 후보는 계엄에 대해선 사과했지만 윤 전 대통령 탈당에 대해선 “본인이 판단할 문제”라며 거리를 두고 있다. 한동훈·안철수·홍준표 전 후보 등이 거듭 요구하는데도 강성 지지층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에 부담을 준다며 집권 말기 모두 탈당했던 것과는 반대로, 윤 전 대통령은 “당에서 요구하면 나가겠다”며 버티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엄과 탄핵으로 조기 대선을 자초해 이재명 후보 당선 가능성만 키워 주고 “이기고 돌아왔다” “당과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주장만 하고 있다.

더 황당한 일은,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상임고문단에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특전사령관으로서 진압을 지휘했던 정호용(93) 전 국방부 장관을 위촉한 것이다. 5·18 기념일을 앞두고 벌어진 이런 일은 국민의힘 내부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5시간 만에 철회했지만, 국민 앞에 사과하고 단호한 문책이라도 했어야 했다. 이런 식이면 빅텐트는 불가능하다. 강경 세력을 설득하면서 중도 확장을 위해 말 그대로 ‘자신의 생살을 내주고 상대의 뼈를 자르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미적대면 결단할 기회조차 잃게 된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