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순방서 잇단 투자 유치

 

6000억 달러 아닌 ‘2830억’

사우디 협정규모 뻥튀기 논란

워싱턴=민병기 특파원 mingming@munhwa.com

중동 순방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카타르에서도 안보 협력 강화와 대규모 경제 협력을 주고받는 패키지 딜에 합의했다. 카타르 군주(에미르)와 만나서는 이란과의 핵 관련 협상에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백악관은 14일 트럼프 대통령이 카타르에서 최소 1조2000억 달러(약 1678조 원) 규모의 ‘안보-경제 패키지’ 합의에 서명했다고 발표했다. 전날 사우디에서 60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및 대사우디 수출에 합의한 데 이어 걸프 지역의 부자 나라들과 잇따라 경제 교류에 합의한 모양새다.

특히 카타르항공은 미국산 보잉 787 드림라이너와 보잉 777X 등 항공기 210대를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00억 달러가 넘는 정말 대단한, 기록적인 계약”이라며 “보잉에 축하를 보낸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오늘의 합의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카타르 안보 협력 관계에 대한 카타르의 방위 분야 투자를 가속해 역내 억지력을 강화하고 미국 산업계가 혜택을 보게 하려는 의도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카타르 도하에서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군주가 베푼 국빈만찬 연설에서 “당신이 이란 상황과 관련해 나를 도와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란을 둘러싼 현재 상황이 “위험”하다면서 “전쟁이 시작되면 모든 것이 통제 불능 상태가 된다. 우리는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와 카타르에서 유치했다고 자랑하는 막대한 투자 규모가 과장됐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이날 보도했다. NYT는 백악관이 전날 미국과 사우디 간 6000억 달러 규모의 사업 계약이 담긴 ‘전략적 경제 동반자 협정’을 체결했다고 발표했지만 미국 정부가 공개한 사업 계약의 총액은 2830억 달러 정도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카타르의 항공기 구매 규모가 2000억 달러가 넘는다고 밝혔지만 AFP통신은 계약 규모는 이를 크게 하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백악관이 밝힌 규모는 960억 달러다.

민병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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