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무역 의견 일치 힘들지만
각국 對美 ‘관세협상’ 접촉의 장
미국발(發) 관세 전쟁에 따른 미국과 각국 간의 관세·통상 협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5일 이틀 일정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가 제주에서 열렸다. 다자무역 촉진에 관한 의제로 열리는 이번 회의에선 미국 이견으로 공동성명 발표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미국과 관세 협상을 벌이는 당사국들에는 각종 양자회담을 통한 대미 접촉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제주국제컨벤션센터(제주ICC)에서는 한국을 의장국으로 하는 2025 APEC 통상장관회의가 개최됐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중국·일본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당사국 통상장관들과 세계무역기구(WTO) 등 경제·통상 분야 국제기구 핵심 관계자들이 이번 회의 참석을 위해 제주를 방문했다.
올해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미국이 각종 품목·상호관세 등 관세 장벽을 높이는 정책을 취하고 있는 가운데 열리는 이번 회의는 올해 APEC 정상회의 주제와 연계해 △무역원활화를 위한 인공지능(AI) 혁신 △다자무역체제를 통한 연결 △지속가능한 무역을 통한 번영 등의 의제로 이뤄진 3개 세션이 진행된다. 이들 모두 글로벌 자유무역과 다자무역체제를 촉진하자는 취지이다.
그러나 미국은 최근 상호관세율 발표 후 각 교역국과 관세 협상을 벌이는 양자무역 양상을 보이고 있다. 또 무역수지 적자를 이유로 각국의 대미 상품수지 흑자를 바탕으로 상호관세율을 정하면서 정부가 수출입 총액 등을 통제·관리하는 관리무역의 성격도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이번 회의 후 미국의 이견으로 다자무역에 관한 참가국들의 의견이 일치되지 않으면 공동성명 채택이 어려울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 2023년 미국에서 열린 APEC 통상장관회의에서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규탄하는 내용에 관해 참가국들의 의견이 일치되지 않아 공동성명 대신 의장성명이 발표된 바 있다.
한편, 이번 통상장관회의에는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참석한다. 그리어 대표는 전날 미국 언론을 통해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비롯해 다양한 국가의 통상장관과 접촉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당장 한·미 통상장관 회담에서는 지난달 열린 ‘한·미 2+2 통상협의’에서 제기된 관세·비관세, 경제안보, 투자협력에 대한 세부 협상안이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그리어 대표는 미·중, 미·일 통상장관 회담도 개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일본은 오는 7월 참의원(상원) 선거 이후에 미국과 협상 타결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그리어 대표가 영국, 중국과 같이 협상 속도전을 요구하는 입장을 제시할 경우 한국도 비슷한 압박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박준희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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